X

의료진 관심 한 몸에…한미약품 ‘벨바라페닙’, 올 하반기 결과 도출

김진수 기자I 2023.03.28 08:44:10

고형암 대상 임상 1상 올해 말 결과 도출…흑색종 임상은 내년 종료
치료목적 사용승인 22건으로 꾸준한 의료진 관심…마일스톤 기대

한미약품 본사. (사진=한미약품)
[이데일리 김진수 기자] 한미약품(128940)이 개발 중인 항암신약 후보물질 ‘벨바라페닙’이 업계의 주목을 받고있다. 아직 임상 초기 단계지만 전임상에서 긍정적인 성과를 도출한 만큼 기술수출 계약 당시 맺은 마일스톤 계약에 따른 수익이 기대된다.

27일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임상시험등록사이트 클리니칼트라이얼즈에 따르면 한미약품이 고형암 환자를 대상으로 실시 중인 벨바라페닙 임상 1상이 올해 말 종료될 예정이다. 또 벨바라페닙을 기술도입한 제넨텍은 내년 말 흑색종 환자 대상 임상 1상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표적항암제인 벨바라페닙은 pan-RAF 저해제로 개발이 시작됐다. 세포 내 신호전달을 매개하는 미토겐활성화단백질(MAP) 키나아제 중의 하나인 ‘RAF’ 및 ‘RAS’를 억제한다. RAF와 RAS는 각각 3개의 아형(ARAF, BRAF, CRAF 및 HRAS, KRAS, NRAS)으로 이뤄지는데, BRAF, KRAS, NRAS 돌연변이는 다양한 암 유발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서야 글로벌제약사가 BRAF, KRAS 변이에 대한 치료제 개발에 성공한 만큼 한미약품이 차기 주자로 개발에 성공한다면 경쟁력을 가질 것으로 분석된다.

벨바라페닙은 이미 한 차례 기술수출에 성공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2010년 벨바라페닙 연구를 시작한 한미약품은 연구개발 파트너로 로슈의 자회사 제넨텍을 선택하고 지난 2016년 계약금 900억원 및 단계별 마일스톤 최대 9100억원 규모의 기술수출(라이선스 아웃) 계약을 체결했다. 제넨텍은 현재 글로벌 임상을 진행 중으로, 개발과 상용화에 성공하면 한미약품은 10% 이상의 로열티를 받는다. 전세계 흑색종 치료제 시장은 연간 약 6조원 수준이며, 업계에서는 벨바라페닙이 흑색종을 적응증으로 획득하는 경우 매년 약 3000억원의 매출을 올려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올해 고형암 대상 국내 임상 데이터 도출…제넨텍 흑색종 임상은 내년 완료

한미약품은 벨바라페닙을 롤론티스와 포지오티닙을 잇는 주요 파이프라인으로 꼽는다. 한미약품이 국내 의료기관에서 진행 중인 벨바라페닙 임상 1상은 고형암 환자 140명을 대상으로 실시 중이며 올해 9월말 1차 평가가 완료된다.

이번 임상은 초기 단계인 1상인 만큼 1차 주요평가지표로 보통 또는 심각한 부작용 발생 비율, 미국국립암연구소에서 사용하는 약물의 이상반응 중증도 분류·평가 기준(CTCAE)에 따른 부작용 등을 확인한다. 한미약품은 올해 12월 말까지 임상 1상을 완료한다는 계획으로, 올해 안에 구체적인 임상 데이터가 도출될 예정이다.

흑색종 환자에 대한 임상은 제넨텍이 담당한다. 제넨텍은 미국, 캐나다, 호주, 독일, 노르웨이 등 128명의 흑색종 환자에게 임상을 이어오고 있다. 제넨텍은 임상 대상자를 벨바라페닙 단독요법, 벨바라페닙과 코비메티닙 병용요법, 벨바라페닙·코비메티닙·니볼루맙 병용요법 등으로 구분해 최적의 투여 방법을 탐구 중으로 내년 11월 임상 종료를 목표로 한다.

2021년 유럽종양학회(ESMO)에서 발표된 벨바라페닙 1b상 연구(김태원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 주도)에 따르면, RAF 또는 RAS 돌연변이가 있는 고형암 환자에 벨바라페닙과 코비메티닙 병용투여시 안전성과 항종양 효과가 확인됐다. NRAS 변이 흑색종 19명 환자 중 5명(26.3%)이 부분 반응(PR)을 보였고, 8명(42.1%)이 안정 병변(SD)에 도달한 것이다. 무진행생존기간(PFS)의 중간값은 7.3개월로 나타났다. 같은 해 미국암연구학회(AACR)에서 발표된 벨바라페닙 전임상 결과에서는 벨바라페닙은 뇌혈관장벽(BBB) 투과도가 높아 뇌전이 흑색종 모델에서 대조군 대비 우수한 종양 성장 억제 및 생존 기간 연장 효과를 보여줬다. 또한 면역관문억제제와 병용 투여할 경우 항암효과가 높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밖에 제넨텍의 모회사인 로슈는 대규모 임상 연구과제(TAPISTRY)에 벨바라페닙을 포함시키고 BRAF class 2, class 3, 또는 융합(fusion) 돌연변이 고형암 환자 50명을 대상으로 벨바라페닙 단독 투여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치료목적 사용승인 22건…치료제 선택권 없는 환자에 투여 가능해 의료진들의 관심

의료현장에서도 벨바라페닙에 대한 관심이 높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대체 치료수단이 없거나 생명을 위협하는 중증질환자 등에게 치료 기회를 주기 위해 의약품이 품목허가를 획득하기 전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투약할 수 있도록 하는 ‘치료목적 사용승인’ 제도를 운영 중인데, 벨바라페닙은 꾸준히 의료진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

일반적으로 매달 15건의 치료목적 사용승인이 이뤄지는데, 벨바라페닙은 2020년 11월 첫 치료목적 사용승인을 획득한 이후 이달까지 총 22번의 승인을 획득했다. 단순 계산으로 매달 한 번씩 의료진 선택을 받은 셈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악성 흑색종에 12번 사용됐으며 신우암·갑상선암·비소세포폐암 등 고형암에 10차례 치료목적 사용승인을 획득했다.

특히, 벨바라페닙은 기존에 목표로 했던 BRAF 저해 뿐 아니라 지금까지 마땅한 치료제가 없는 BRAF-fusion(융합) 변이, NRAS 변이 환자를 대상으로 사용이 가능한 만큼 의료진들의 선택이 계속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글로벌 학회에서 벨바라페닙의 긍정적인 연구결과가 발표되면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