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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년된 무기로 훈련하는 예비군…“무기 현대화해야"

김호준 기자I 2022.01.31 19:00:31

정일성 국방대 연구원 ''예비전력 실효성 연구''
"동원부대 장비, 생산한 지 30~40년 지나"
"상비·예비전력 동시에 현대화 진행 필요"

[이데일리 김호준 기자] 병역자원 감소와 안보환경 변화가 빨라지면서 예비군 전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예비군을 상비군의 ‘보조전력’으로 보는 인식에서 벗어나 예산 편성과 조직, 훈련 등을 대대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 예비군 훈련장에서 비상근 간부 예비군들이 사로에서 사격을 통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일 정일성 국방대 국가안전보장문제연구소 책임연구원이 낸 ‘한국군 예비전력의 실효성과 발전방안 연구’에 따르면, 개전 초 군단을 증원하는 동원사단·동원지원단의 동원의존도는 93%인데 비해 전시 편제 대비 장비·물자 보유율은 평균 65%로 저조하다.

정 연구원은 “동원사단과 동원보충대대의 무기·장비·물자는 생산된 지 30~40년이 지난 것들이 대부분”이라며 “노후 정도가 심해 즉각적인 전투력 발휘가 제한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예비군의 장비 노후화는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 2020년 국회 국방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이 육군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예비군이 사용하는 18개 장비 중 14개가 내구 연한을 넘어선 노후한 무기다.

1950~1980년대 생산된 M-48 전차, 105㎜ 포, 4.2인치 박격포는 전량 내구연한(25년)을 초과했다. 1980년대 제작된 PRC-77·PRC-85K 무전기도 전량 내구연한(10년)을 20년 이상 넘긴 상태다. 장병 필수장비인 K-2 소총조차도 절반 이상이 낡은 상태였다. 모 예비군 부대에서는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제작한 M-114 155㎜포를 사용하고 있던 것으로도 전해졌다.

정 연구원은 “동원사단이 보유한 낡은 구형 장비는 예비군들이 현역 복무 시 사용하던 장비와 달라 2박 3일 동원훈련 기간에 장비운용을 숙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지적했다.

부족한 예비군 예산 문제도 늘 도마 위에 오른다. 2020~2024년 국방중기계획에 반영된 예비전력 예산은 전체 국방예산의 평균 0.4%에 불과하다. 지난 2020년 기준 예비군 1인당 투자비는 약 7만4200원이다.

정 연구원은 “배정된 예비전력 예산도 인건비가 70%를 차지해 나머지 예산으로 예비전력 정예화 사업을 추진하기에는 너무 미미한 수준”이라고 했다.

정 연구원은 상비전력과 예비전력 통합을 성공적으로 추진해 전력증강에 성공한 미국의 사례를 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1970년대부터 ‘총체전력’ 정책에 따라 예비전력을 상비군의 동반전력으로 보고 전력증강을 추진했다. 정예화할 예비전력을 선택하고 임무와 기능을 명확히 구분, 상비사단의 전시 편제에 예비군 부대를 통합하고 같이 훈련했다.

이는 곧 예비전력의 군사적 효용성을 높이는 성과를 가져왔고, 결국 상비군과 함께 작전지역에 전개할 수 있을 정도로 정예화됐다는 게 정 연구원의 설명이다.

정 연구원은 “국방개혁에 따라 감축한 사단의 수만큼 전쟁 초기에 필요한 전력이라고 가정했을 때, 그 대안은 동원사단·동원보충대대 등 동원 위주 부대가 될 것”이라며 “그러나 이들의 전력과 준비태세는 구조 및 편성, 훈련체계, 예산 편성 면에서 과거에 비해 크게 나아진 부분이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정 연구원은 상비전력과 예비전력 현대화가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예비전력 예산을 합리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전력 정예화 및 현대화 과업별로 가시적·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하고, 예산획득체계 독립과 방위력 개선비 중심의 예산 반영 등을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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