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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자윤리법 덕에 그의 검은 거래가 드러날 수 있었다. 1981년부터 시행한 이 법은 애초 대통령 등 삼부 요인과 국무위원(장관), 국회의원 등을 대상으로 하다가, 현재는 1급 이상 공무원으로까지 확대됐다. 4급 이상 공무원은 재산을 공개하지 않더라도 재산을 등록해야 한다.
법이 현행대로 자리를 잡은 1993년, 재산 등록이 시작되면서 공직사회는 긴장하는 분위기였다. 청와대는 공직기강을 잡기 위해 “청와대 직원은 주식 거래를 마라”고 지시할 정도로 내부 관리에 신경 썼다. “대통령을 모시는 입장에서 괜히 오해를 살 수 있으니 주식을 가진 직원은 재임 중에 거래하지 말아야 한다”는 게 당시 홍인걸 청와대 총무수석의 설명(한겨레 19993년 9월11일 치)이었다.
이후 고위직 공무원의 재산 변동 내역을 연 단위로 점검하게 했고, 직을 이용해 사리사욕을 챙기는 일은 없는지를 견제할 수 있게 됐다. 신고해야 하는 대상 재산에는 주식이 포함돼 있었다. 이로써 진씨의 뒷거래가 드러나게 됐다.
2000년 6월부터 인사청문회법이 시행되면서부터 임명직 공무원 보유 재산도 검증 대상에 올랐다. 후보자의 주식 매매는 청문회 과정에서 단골 시빗거리였다. 2015년 임명된 이기택 대법관은 법관 시절인 2009년~2013년 외국계 펀드 맥쿼리인프라에 투자해서 시세 차익으로 2억 5000만원을 남겨 도마에 올랐다. 맥쿼리인프라는 서울시 지하철 9호선 공사 과정에서 특혜를 받은 의혹이 제기된 터라 논란이 컸다. 이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전혀 모르고 주식을 취득했지만 결과적으로 의혹이 제기되는 데 대해 몹시 후회하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해 8월 대법관에 임명됐다.
이유정 변호사는 주식 탓에 공직에 오르지 못했다. 2017년 8월 당시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지명되고 그가 신고한 재산은 16억5000만원이다. 여기서 주식은 약 15억1000만원으로 전체 재산의 91%를 차지했다. 잦은 주식 매매로 차익을 쌓아온 결과였다. 문제는 그가 맡은 사건의 대상인 종목을 사고팔았다는 데 있었다. 주식 차익을 노리고 내부자정보를 이용했다는 의혹을 받는 그는 결국 헌법재판관 후보자에서 자진해서 물러났다. 현재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이미선 헌법재판관은 비슷한 의혹을 받았지만, 딛고 일어섰다. 그는 후보자로 지명되고 부부 재산으로 42억6000여만원을 신고했다. 재산에서 83%(35억4000여만원)가 주식이었고, 해당 종목이 이 후보자가 맡았던 재판 당사자라서 문제가 일었다. 이 재판관은 문제가 없는 거래라고 했다. 여야는 그의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채택하지 못했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임명을 강행했다. “헌법재판관 공백이 하루라도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게 청와대 설명이다. 헌정 공백 사태는 막았지만, 공직자의 도덕성 공백 사태가 지속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뒤따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