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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금융업계, 외국은행에 대한 부정적 시각 팽배"-FT

김기훈 기자I 2011.06.23 10:00:40

SC제일은행 파업, 사례로 제시
FDI 유치에도 역효과

[이데일리 김기훈 기자] SC제일은행 노조의 총파업 소식으로 국내 금융업계 분위기가 뒤숭숭한 가운데 영국 유력 경제지인 파이낸셜타임스(FT)가 한국 금융계에 대해 비판적 견해를 내놔 주목된다.

21일(현지시간) FT는 `한국: 외국 은행들과 만화 속 악당들`이라는 제목의 인터넷판 기사에서 SC제일은행 파업 사태를 예로 들며 한국 금융계에서 외국 은행을 비롯한 외국인 직접투자자들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팽배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FT는 SC제일은행 노조가 본사 앞 천막 농성장에 설치한 만화를 거론했다. 이 만화에서 리처드 힐 SC제일은행장은 회사의 돈을 잔뜩 먹은 뒤 트림을 한다. 그는 또 다른 만화에서는 로마 전차병으로 등장해 직원들에게 수익을 창출하라고 채찍질을 하며, 전리품을 챙겨 한국을 떠나려는 악당으로 묘사돼 있다.

FT는 힐 행장이 한국에 있는 대다수 외국인 최고경영자(CEO)들과 비교해 현지화 노력에 충실했으며, 한국을 알기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고 호평했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도 호전적 노조 앞에서 방어막이 되기엔 역부족이라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SC제일은행의 모회사인 영국 스탠다드차타드(SC)그룹은 지난 2005년 제일은행을 인수한 이후부터 노조의 반발을 계속해서 겪어 왔으며, 한국 정부 관계자들과 은행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SC가 돈을 챙겨 곧 한국을 떠날 것이라는 의혹까지 일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FT는 힐 행장과 피터 샌즈 SC그룹 CEO는 한국은 `영구적 투자지역`이라고 강조하며 세간의 우려를 일축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Here for good`이란 회사의 슬로건 등을 고려할 때 `먹튀` 가능성은 작다는 주장이다.

FT는 또 한국은 외국인 직접투자(FDI)가 쉽지 않은 지역이라며, 한국에 투자된 FDI 규모는 유럽의 소국인 키프로스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언급했다. 아울러 외국계 투자자들은 SC제일은행과 비슷한 상황에 부닥치길 원치 않으며, 만화에 등장하는 악당으로 끝나는 것은 더 원치 않는다고 전했다.

FT는 그간 한국 금융당국과 재벌들에 대한 비판적 논조의 기사를 여러 차례 쏟아낸 바 있으며, 최근에는 정부가 우리금융지주와 외환은행 민영화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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