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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플라스틱, 친환경 공정으로 다시 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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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응태 기자I 2026.05.31 12:52:57

조창범 플라시클 대표
폐플라스틱 화학 재활용 스타트업
중성 촉매 해중합 기술 개발
폐PC를 친환경·고순도 원료로 재생
유럽 자동차 재활용 소재 시장 공략

[이데일리 김응태 기자] “물리적으로 열을 가해 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게 여러 번 옷을 세탁해 입는 과정에 가깝다면 화학적 재활용은 옷의 원료인 실타래로 되돌리는 방식입니다. 화학적 재활용을 거치면 소재의 물리적인 속성이 처음 제품과 비슷해지기 때문에 무한순환에 가까운 재활용 생태계를 만들 수 있습니다.”

조창범 플라시클 대표. (사진=플라시클)
조창범 플라시클 대표는 최근 이데일리와 만나 “모든 플라스틱 소재가 전부 재활용되는 게 아니라 10개 중 1개 소재만 가능한 상황”며 “기존에 물리적 재활용으로 안되는 영역은 화학적 방식을 거쳐 재활용을 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플라시클은 지난 2023년에 설립된 친환경 소재 스타트업이다. 카이스트 화학과 박사 과정을 마친 조 대표는 국내외 플라스틱 분해 촉매 특허 기술을 보유한 연구자로, 폐플라스틱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해 창업의 길로 들어섰다. 조 대표가 주목한 건 플라스틱 소재 중에서도 폴리카보네이트(PC)다. 폴리카보네이트는 전 세계에서 연간 800만t 생산되는 고가의 엔지니어링 소재로 주로 자동차 헤드라이트 커버, 계기판 보호커버를 비롯해 전자제품 패널에 활용된다.

폴리카보네이트는 물리적 방식의 재활용이 불가능한 소재다. 소재를 분쇄하고 열로 녹이는 물리적 방식으로는 폐폴리카보네이트에 남은 불순물을 완전히 제거하기 어려운 데다, 물성이 저하되는 탓이다. 화학적 재활용이 대안이지만 현재 주로 활용되는 알카리성 촉매를 활용하는 방식은 고온·고압 상태에서 독성이 있는 강알칼리를 촉매로 사용하기 때문에 부산물이 많이 생겨 복잡한 정제 공정을 거쳐야 한다. 특히 강알칼리 촉매를 중화하는 과정에서 폐수가 다량 발생하는 큰 문제가 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플라시클은 중성 촉매 해중합(플라스틱 내 연결고리를 끊어 작은 분자 상태로 되돌리는 것)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중성 촉매를 활용해 폐폴리카보네이트를 분자 단위로 분해함으로써 재생원료로 탈바꿈시키는 방식이다. 상온·상압 조건에서도 촉매 반응을 유도할 수 있어 부산물이 적은 것은 물론 기존 알카리성 촉매를 사용하는 것보다 정제 공정이 절반 정도 줄어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이다. 플라시클은 해당 기술을 활용해 회수율 90% 이상에 달하는 고순도 재생 원료 ‘비스페놀A’(r-BPA) 생산에 성공했다. 조 대표는 “강알칼리를 촉매로 활용하면 폴리카보네이트 재생 원료에 갈변현상이 생겨 투명화를 위한 4~5개의 정제 공정이 붙어 원가가 높아지는 것과 동시에 강알칼리를 중화하는 과정에서 폐수가 대량 발생한다”며 “중성 촉매 기술은 그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플라시클 직원이 폴리카보네이트 재활용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플라시클)
플라시클은 중성 촉매를 활용해 폴리카보네이트를 재생원료로 재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통해 100ℓ급 규모 해중합 파일럿 시험까지 성공했다. 생산 규모 확대에 나선 가운데 국내 주요 화학 대기업 업체와 함께 품질 검증을 진행하며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다. 조 대표는 “100ℓ급 해중합 반응을 일으킬 경우 생산할 수 있는 재생원료 규모가 연간 10t 정도”라며 “오는 2030년에는 재생원료를 연 1만t 수준으로 생산할 수 있는 생산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플라시클은 자동차 산업을 필두로 폴리카보네이트 재활용 시장이 본격 열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유럽의 경우 2032년부터 신차 생산 시 재생 플라스틱은 15% 이상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규제가 시행된다.

재생에너지 시장 역시 플라시클이 눈여겨보고 있는 시장 중 하나다. 조 대표는 “풍력 발전기의 블레이드(날개)를 구성하는 소재의 30~40%가 에폭시 수지”라며 “에폭시 수지는 단단하고 가벼워야 하기 때문에 폴리카보네이트 재생원료가 주로 활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유럽이나 일본의 경우 재생 원료 사용에 대한 수요가 강하다”며 “폐자원을 수집하고 있는 시장을 대상으로 시장을 확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화학적 공정으로 소재 재활용 시장의 경우 유럽과 미국이 원천 특허의 대부분을 갖고 있다”며 “국내 기업이 개발한 기술력으로 해외에 진출하는 성과를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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