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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주 소각 행렬 만든 상법 개정...'처분 막차타기' 마저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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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석 기자I 2026.03.15 13:33:42

위닉스, 60억 규모 교환사채 발행 결정 후 철회
슈프리마에이치큐, 외부 재단에 무상 출연하려다 소각으로 선회
삼성전자·SK 등 대규모 소각 나서며 개정법 시행에 화답

[이데일리 권오석 기자] 자기주식(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담은 3차 상법 개정안 시행 이후 상장사들의 자사주 활용법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삼성전자·SK 등 주요 기업들이 소각에 나서며 솔선수범을 보이고 있으며, 일부 기업들은 개정안 시행 직전 ‘처분 막차타기’를 시도했다가 철회하며 논란에서 벗어나기도 했다.

지난달 임시국회 8차 본회의에서 3차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꼼수 처분’ 하려다 소각으로 선회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공기청정기·제습기 등 생활가전 전문기업인 위닉스는 앞서 지난달(2월) 자사주 60억원 상당(보통주 112만 29주)을 담보로 교환사채(EB)를 발행하겠다고 공시했으나, 개정안이 시행되자 계획을 전면 취소했다. 위닉스 측은 지난 9일 정정공시를 내고 “상법 개정안 3차 공포로 인해 교환사채 발행이 불가하다”며 “자사주 처분 결정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자사주 활용 계획이 법적 제약에 부딪혀 무산된 사실상 첫 사례다.

자사주 처분 무산 사례.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EB는 회사가 보유한 주식(자사주 혹은 타법인 주식)으로 교환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채권으로, 회사는 이 채권을 팔아 신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이를 두고 자사주 소각을 피하기 위한 ‘꼼수 처분’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바이오인식기술을 기반으로 한 보안시스템 ODM 업체인 슈프리마에이치큐도 자사주를 무상 출연 방식으로 외부 재단에 넘기는 꼼수 처분에 나서려고 했으나 이내 거둬들였다. 회사 측은 올해 1월 이사회를 열고 ‘숨마문화재단’에 약 35억원 규모의 자사주(보통주 52만 3591주)를 무상 출연하기로 결정했으나, 개정안 시행 이후 이를 철회하기로 했다.

회사 측은 “재단법인 보유 주식의 의결권 부활에 따른 기존 주주가치 훼손 가능성, 자사주 소각과 비교한 무상출연 방식의 타당성 등에 대한 시장의 우려 및 재검토 필요성이 제기됐다”며 “소액주주 보호 관점에서 최근 입법 동향 등을 감안해 심도있게 재검토한 결과 자사주 출연을 취소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처분하려 했던 자사주는 결국 소각하기로 했다.

삼성전자·SK 등 대규모 소각 ‘솔선수범’

3차 상법 개정안은 이달 초 국무회의를 통과, 지난 6일부로 시행됐다. 개정안에 따라 신규 취득한 자사주는 1년 이내, 기보유 자사주는 1년 6개월 이내에 의무적으로 소각해야 한다. 다만 임직원 보상 등 일정 사유 발생 시 주주총회 승인을 받은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보유·처분할 수 있다.

개정안에 화답하듯 기업들은 일제히 소각 행렬에 나서는 상황이다. SK는 지난 10일 이사회를 열어 보유 자사주 약 1798만주 중 임직원 보상 활용 목적을 제외한 약 1469만주를 소각하기로 했다. 이는 전체 발행주식의 약 20%로, 지주사 역대 최대 규모에 해당한다. 삼성전자도 같은 날 공시한 사업보고서에서 2025년 말 기준 삼성전자가 보유한 자사주 1억 543만주 중 약 8700만주를 올해 상반기 중 소각하겠다고 했다.

자사주를 소각하면 유통 주식 수가 낮아져 기존 주주들이 보유한 주식의 가치가 올라가는 주주환원 효과가 나타난다. 이러한 주주환원 정책을 통해 증시를 부양하겠다는 게 현 정권의 목표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의무 소각에 따른 △기업의 재산권 침해 △경영권 안정화 수단 상실 등을 내세우며 보완책을 요구하고 있다. 자사주는 그간 경영권 방어를 비롯해 임직원 보상, 재무 관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략적인 카드로 쓰여왔다. 특히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대응하기 위해 차등의결권, 포이즌필(신주저가발행권) 등 대책 마련을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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