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노동생산성이 기업들의 탈(脫)한국을 부추기고 있으며 이는 국내총생산(GDP) 감소로 이어지면서 경제 전체의 파이도 줄이고 있다는 지적이 국책연구기관에서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김준형 연구위원과 정규철 선임연구위원이 발표한 ‘해외투자 증가의 거시경제적 배경과 함의’ 보고서를 통해서다. 보고서는 2000~2008년 연평균 0.7%였던 국민소득 대비 순해외투자 비율이 2015~2024년 4.1%로 약 6배 급증했다며 이는 생산성 하락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또 생산성이 0.1% 떨어지면 국내 자본이 0.15%(약 18조원)줄어든다고 분석했다. 그만큼의 자금이 해외로 나가는 것을 의미하는 셈이다.
이 보고서는 대한상의가 지난달 내놓은 주 4.5일제 도입 논리 반박 보고서의 주요 내용과도 맥을 같이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상의는 박정수 서강대 경제대 학장이 발표한 보고서에서 “주 4.5일제 근무로 쉬는 시간이 길어지면 생산성이 올라간다는 주장은 희망 사항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주 4.5일제는 한국의 생산성이 매우 낮다는 점을 간과했다”며 “한은 등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후 ‘덜 일하고 더 받아가는 사회’가 됐다”고 말했다. 임금상승률과 생산성 증가율의 격차가 갈수록 커지면서 기업 수익성은 낮아지고 결국 성장률 둔화로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낮은 생산성의 부작용이 엘리트 경제학자들의 진단에서 연이어 확인된 격이다.
생산성 둔화의 1차 피해자는 물론 기업이다. 생산성이 떨어져도 임금은 깎을 수 없고 호봉제가 대다수인 고용 시스템에선 매년 더 주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글로벌 경제전쟁이 불을 뿜는 오늘날 이런 상태가 무한정 계속될 수는 없다. 생산성 하락으로 대규모 자본 유출이 계속되면 이로 인해 국내총생산(GDP)이 줄어들고, 투자 감소에 따른 GDP 추가 감소까지 겹치면서 경제 전반의 손실도 더욱 커지기 때문이다.
경제 회생을 위해서는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야 한다며 정부·여당은 확대 재정에 올인 중이다. 하지만 기업들을 돌려세우고 빠져나가는 자본을 막지 못한 채 나랏돈만 푼다고 경제가 벌떡 일어설 수는 없다. 두 보고서의 메시지를 곱씹어 보고 이제라도 대책을 고민하기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