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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평창에 상가·펜션 부지 어디 없어요?"

김동욱 기자I 2011.07.08 10:05:36
[평창=이데일리 김동욱 기자] 조용했던 강원도 산골 마을은 떠들썩했다. 지난 7일 찾은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횡계리, 10여년의 기다림 끝에 `동계 올림픽 개최`의 찬란한 결실을 본 이곳은 온통 잔치 분위기였다. 오후 내내 비가 내렸지만 10년 숙원사업을 이뤄낸 주민들의 들뜬 분위기를 식히기엔 부족해 보였다.  

◇ "내 평생에 이런 일이"..지역 경제발전 기대 만발

곳곳에는 올림픽 개최를 축하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고, 삼삼오오 모인 주민들은 남아공 더반에서 전해진 감동어린 소식들을 다시 입에 올리며 웃음꽃을 피웠다.

횡계리에서 평생 살았다는 임계순씨(71)는 "올림픽 준비 차원에서 군청에서 지역민을 대상으로 외국어 교육을 한다는데, 내 평생 이런 일이 있을 줄 상상도 못했다"며 "우리 지역에서 세계적인 큰 행사를 치르게 된 게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지역개발에 대한 기대감은 한껏 부풀어 있었다. 김진휘 강원도청 동계올림픽유치팀장은 "2차례 유치 실패로 지역 경제가 주춤했었는데 올림픽을 계기로 개발사업이 속도감 있게 진행될 것"이라며 "평창군은 지금껏 큰 호재가 없어 지역 경제 발전이 더뎠는데, 올림픽 유치를 계기로 지역 경제가 30년은 앞당겨질 것"이라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국내외 언론의 관심도 뜨거웠다. 방송과 신문사 취재진들은 카메라와 수첩에 이곳 분위기를 담아내느라 분주했고, 횡계리에는 외국인 기자들도 눈에 띄었다. 평창이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다가왔다.
 
개발 기대감은 부동산 업소 등에서는 현실로 다가와 있었다. 대관령면 횡계리 인근 A 중개업소에는 부동산 투자를 문의하기 위한 전화가 빗발쳤다. 특히 상가와 펜션부지를 찾는 전화가 압도적으로 많다고 한다. 실제 거래로 이어지는 것은 적지만 투자자들의 관심은 한순간에 뜨거워졌다는 게 업소 관계자의 귀띔.  
▲ 7일 횡계리에는 올림픽 개최 확정을 축하하는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 있다.

◇ 평창 땅, 외지인이 이미 싹쓸이..개발이익 누구 손에?
 
한편에서는 개발 이익이 과연 주민들에게 돌아올 것이냐에 대한 회의적 분위기도 감지됐다. 한 중개업소 대표는 "이미 살 만한 땅은 외지인이 다 사갔다"고 했다. 실제로 관련기관 조사 결과 최근 10년간 평창 토지거래에서 외지인들의 비중은 70%를 넘어섰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써브가 2000~2010년 평창의 토지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전체 거래 필지중 73%를 외지인이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동계올림픽 유치 추진 효과 등으로 토지거래량이 급증한 지난 2003년 이후만 보면 외지인 토지 거래비율이 76%에 달했다. 수도권 등지의 투자자들이 평창토지 투자에 적극 나선 결과로 보인다.
 
중개업소 대표는 외지인들의 토지 싹쓸이 현상을 지적하면서 개발 기대감과 실제 거래와는 거리가 있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은 나온 매물도 다 거둬들인 상태"라면서 "땅을 매입하려면 외지 땅주인과 가격조정을 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지역 부동산중개업계에 따르면 알펜시아 인근 대관령면 용산리 상가부지는 3.3㎡당 150만원, 같은 지역 외곽 펜션부지는 3.3㎡당 70만원 선이다. 하지만 현재 매물 물량은 자취를 감춘 상태다. 횡계리 삼양목장 근처 펜션부지는 3.3㎡당 50만원이다.

한 공인중개사는 "알펜시아 인근의 상가 부지는 현재 4차선 도로가 뚫린다는 소식에 투자자들의 발길이 더욱 몰리는 것 같다"며 "하지만 가격도 너무 올랐고 물량도 현재는 없어 거래가 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 `기획 부동산` 곳곳에 눈에 띄어..관광여행 특수 기대도 
 
횡계리 동모아파트(공급면적 36㎡)는 2900만원 수준으로 가격이 저렴해 별장이나 임대용으로 쓰려는 투자자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올림픽 기대감에 부동산 시장이 함께 부풀어 오르면서 `투자상담`이란 팻말을 한 기획부동산도 쉽게 눈에 띄었다. 올림픽 호재로 이 지역 부동산 시장은 한껏 부풀어 오르고 있다. 

특히 원주~강릉 철로가 오는 10월부터 착공될 예정이어서 지역 간 접근성이 크게 개선되는 것은 물론 올림픽 효과를 노린 민간투자도 봇물을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그만큼 지역민들이 기대감도 상당하다.

대관령면 횡계리에서 30년 넘게 살았다는 김기덕(43)씨는 "올림픽을 계기로 2017년 완공 예정인 서울~평창 간 복선전철사업이 좀 앞당겨지지 않겠느냐"며 "상가도 많이 생기고 하면 아무래도 생활환경은 훨씬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권혁수 평창군청 동계올림픽팀장은 "조기 인프라 구축을 위해 민간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할 생각"이라며 "경기장과 가까운 대관령과 봉평면이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펜션업계도 싱글벙글이다. 성수기 때나 잠시 반짝했던 예전과 달리 교통망이 개선되면 평창군이 새로운 관광도시로 급부상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생겼다.

대관령면 차항리 평창펜션의 최형옥 대표는 "평창만큼 휴양지로 뛰어난 곳도 드물다. 교통여건이 좋아지면 그만큼 찾기 수월해져 관광특수가 예상된다"며 "여름 성수기가 끝나면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동계 올림픽 개최지 확정후 찾아본 평창. 하루를 돌아본 이 영광의 땅은 숙원사업을 이뤄낸 주민들의 환희, 지역개발과 올림픽 특수 기대감에 부풀어 오른 투자열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이익 상당부분은 외지인 차지가 될 것이라는 회의감 등이 우중충한 날씨속에 묘하게 녹아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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