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덮친 강진으로 수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상황에서 일부 여행사가 고객의 여행 취소를 거절하거나 취소 시 위약금을 70%씩 내도록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갑작스러운 천재지변 발생으로 구매한 여행상품을 취소할 방법은 없을까요?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여행상품 구매 시 주의깊게 짚어봐야 할 것들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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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계약을 맺은 여행상품에 대한 취소와 관련된 사항은 약관 제16조 여행출발 전 계약해제 조항에 명시돼 있습니다. 여행출발 30일 전 취소는 계약금 전액을 돌려받을 수 있지만 20일 전부터는 여행요금의 10%, 10일 전은 15%, 8일 전은 20%의 위약금이 발생합니다. 출발 하루 전과 당일 취소는 각각 여행요금의 30%와 50%의 위약금을 물어야 합니다. 정리하면 여행사와 소비자 모두 계약해제를 요구할 수 있고, 계약해제 시 발생하는 위약금은 여행요금의 최대 50%를 넘을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이번 튀르키예 강진과 같이 천재지변으로 인한 계약해제는 어떻게 될까요. 국외여행 표준약관상 천재지변, 전란, 정부 명령, 운송·숙박기관 등의 파업 또는 휴업으로 여행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 여행자가 계약해제를 요청할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튀르키예 강진으로 인한 여행 계약해제는 충분히 가능해 보입니다. 문제는 지진이 발생한 지역입니다.
튀르키예와 시리아에서 발생한 지진은 자연현상에 의해 불가피하게 발생한 천재지변은 맞습니다. 하지만 지진 발생지역인 가지안테프는 튀르키예 남동부 시리아 접경지역으로 수도 앙카라와는 약 700㎞, 안탈리아는 820㎞, 이스탄불과는 1100㎞ 떨어져 있습니다. 가로 1600㎞, 세로 800㎞ 직사각형 모양 튀르키예 영토에서 가지안테프는 오른쪽 아래, 이스탄불은 왼쪽 위에 있다고 보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튀르키예 일주 코스 중 가지안테프와 가장 가까운 내륙도시 카파도키아도 서울~부산(325㎞)과 비슷한 약 330㎞ 떨어진 곳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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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고운 한국소비자원 문화여행팀장은 “현지 여행이 가능하더라도 안전을 우려해 계약을 해제하려는 소비자 입장은 이해하지만 이 경우 여행사, 항공사 등 사업자가 입게 될 피해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현재 결제까지 마친 여행계약은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당장 안전에 대한 우려로 편안하고 즐거운 여행이 어려운 상황이라면 취소보다는 일정 변경이 유리하다는 게 대다수 여행사 관계자들의 조언입니다. 출발이 임박해 일정을 바꿀 경우 예약 변경 수수료가 발생할 수 있지만 그렇더라도 규모가 위약금보다는 작기 때문입니다.
사실 여행상품을 구매할 때 튀르키예 지진과 같은 천재지변에 대비하기란 결코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대응하려면 평소 표준약관을 꼼꼼히 살피는 습관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특가 항공권이나 여행상품의 경우 ‘취소 시 환불 불가’가 조건인 경우도 있는 만큼 주의해야 합니다. 전자상거래법상 사전에 환불 불가를 공지했다고 하더라도 계약해제 시 일부 금액을 환불하도록 돼있지만 권고사항일 뿐 강제조항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정고운 한국소비자원 팀장은 “글로벌 정책에 따라 항공권과 여행상품을 판매하는 외국 국적 항공사나 여행사의 경우 국내법 적용이 쉽지 않은 만큼 여행상품 구매에 앞서 계약조건을 꼼꼼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