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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난 최악 넘겼지만…작년 운송비 급등이 물가폭탄으로

최정희 기자I 2022.03.30 09:11:49

[최정희의 이게머니]
글로벌 공급망 압력지수, 정점 넘어서 하락했으나
우크라 사태 등에 공급 병목 올해 내내 지속 전망
IMF "작년 운송비 급증, 올해 물가 1.5%p 끌어올려"
운송비↑→두달내 생산자물가↑→1년 후 소비자물가↑

(사진=AFP)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글로벌 공급 병목 현상이 최악의 상황을 지났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국의 코로나19 확산 지역 봉쇄 정책 등에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운송비용 역시 고점대비 13% 넘게 하락했지만 그동안 올랐던 운송비는 올해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작년 운송비 상승으로 올해 물가가 1.5%포인트 올라갈 것이라고 밝혔다. 공급 병목, 운송비 상승 압박은 올해 내내 지속할 전망이다.

◇ 공급망 압력지수, 작년 말 최고점 찍고 하락

미 뉴욕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글로벌 공급망 압력지수(GSCPI)는 작년 12월 4.5로 사상 최고점을 찍은 후 1월 3.82, 2월 3.31로 두 달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공급망 압력지수는 발틱운임 지수 등 운송비용과 미국, 유로존, 영국, 일본, 중국, 한국, 대만 등 주요 7개 제조업 국가의 구매관리자지수(PMI) 등을 조합해 만든 지수다. 미국과 중국은 1월 각각 2.99, 3.23으로 고점을 찍고 2월 2.63, 3.07로 하락했고 우리나라는 작년 12월 3.10으로 사상 최고점을 찍은 후 두 달 연속 하락했다.

(출처: 뉴욕 연방준비은행)


글로벌 공급 병목이 최악의 상황을 지났으나 우크라 사태,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중국의 봉쇄 조치 등으로 다시 악화할 가능성도 커졌다. 뉴욕 연은은 보고서에서 “전반적으로 공급 병목은 작년 12월 정점에 도달한 것에 비해 완화됐지만 2월까지도 역사적으로 높은 수준이 유지됐다”며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돼 가까운 장래에 공급 병목이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공급 병목은 팬데믹 하에서의 재화 소비 폭발, 전자제품 및 자동차 관련 반도체 공급난, 항만 물류 대란 등으로 발생했는데 이런 상황이 장기화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내내 공급 문제가 계속될 것”이라며 “오미크론 변이 확산과 이에 따른 공장·항구 폐쇄가 단기 불확실성을 가중시키고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전략과 우크라이나 사태가 공급 병목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차량용 반도체는 작년 말 기준 예약 주문량이 올해 양산 능력을 초과하고 있어 공급난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반도체 제조 공정에 필요한 네온(수입 비중 28%), 크립톤(48%), 제논(49%) 등 희귀가스를 러시아, 우크라이나에서 주로 수입하고 있어 반도체, 디스플레이, 자동차 산업의 불확실성도 커졌다.

상하이컨테이너 운임지수(SCFI)는 1월 초 5100선을 넘어서면서 최고점을 찍고 3월 말쯤 4400선으로 고점대비 13.7% 가량 하락하며 7개월 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 항만 적체 현상이 완화되고 중국의 경기둔화 우려가 반영된 것이라고 하지만 물류 대란이 지속되고 있어 운임지수가 계속해서 떨어질 지는 의문이다. 또 지수가 떨어졌지만 1년 전보다 72.5%나 높은 수치다.

◇ 운송비 급등에 따른 물가 상승, 올해 말까지 영향 미칠 듯

공급 병목이 지속되고 높은 운송부담이 계속되면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IMF는 작년 한 해 운송비가 오른 것이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을 자극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전 세계 무역 상품의 80% 이상이 해상으로 이동하는데 컨테이너 선적비용은 2020년 3월 이후 18개월 동안 7배 증가하고 벌크선은 최대 10배 급등했다.

글로벌 해상운임지수와 인플레이션 영향(출처: IMF)


IMF는 최근 블로그를 통해 “143개국에서의 30년 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운송비가 전 세계 인플레이션의 중요한 요인이 됐다”며 “운송비가 오르면 2개월 이내로 수입 상품의 가격에 영향을 미쳐 생산자 가격으로 빠르게 전달되고 소비자물가에는 12개월 후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친다. 최장 18개월이 걸릴 때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작년 급등한 운송비는 올해 물가를 약 1.5%포인트 끌어올릴 것으로 추산됐다.

IMF는 “운송비의 물가 상승 영향이 올해 말까지 계속해서 증가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사태는 공급망에 추가적인 혼란을 야기해 글로벌 운송비와 물가 상승을 장기화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통화 긴축 정책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IMF는 “강력하고 신뢰할 수 있는 통화정책 프레임워크가 수입 가격과 인플레이션의 2차 효과를 완화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인플레 기대치를 잘 유지하는 것이 식료품, 에너지를 제외한 운송비 영향을 억제하는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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