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조은서 한국 첫 개인전 연 마이코 코바야시
동물 닮은 캐릭터로 독특한 초상화 작업
국가·이념·문화·언어 초월한 ''공감'' 불러
일본 전통 닥종이 와시페이퍼 질감 더해
연약하면서 강한, 인간 닮은 생명력까지
| 마이코 코바야시 ‘내 인생이 뚝뚝’(Dripping My Life·2022), 캔버스에 와시페이퍼·아크릴·오일파스텔·색연필, 116.7×91×2.5㎝(사진=갤러리조은) |
|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하나는 알겠으나 둘은 모르겠다. 한 바가지 쏟아놓은 응어리는 알겠으나 말간 눈망울로 털썩 주저앉은 저이의 정체는 모르겠단 말이다. 강아지인지, 토끼인지, 곰인지, 다 아니라면 캐릭터 분장을 한 사람인지. 하지만 결국 답은 여기 있지 않겠나. 이미 마음이 통했다면 어떻게 불리는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독특한 초상화 한 점에 심오한 작업철학을 질펀하게 녹여낸 이는 일본작가 마이코 코바야시(45)다. 국가·이념·문화·언어 등을 훌쩍훌쩍 뛰어넘는 초인류애를 꺼내놓은 건데. 바로 ‘공감’이다. 누구에게 전해도 서걱거리지 않을 감정 쌓기, 그 시작은 화구부터다. 일본 사가현에서 만든다는 전통 닥종이 ‘와시페이퍼’를 캔버스·나무패널에 붙인 뒤, 아크릴물감과 오일파스텔, 색연필 등으로 선과 면과 색을 올리는 거다.
굳이 와시페이퍼인 데는 이유가 있단다. “얇지만 강하고 질긴 재료적 질감이 부서질 듯 연약하면서도 강한 인간의 생명력과 닮았다”고. 당장 무너질 듯해도, 유쾌·상쾌한 표정은 도저히 안 나와도, 그러다 인생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더라도 말이다. ‘내 인생이 뚝뚝’(Dripping My Life·2022)만은 아니다. 작품에 기쁨보다 슬픔이 더 번지는 건 ‘공감’이 강렬하게 필요한 장르를 잘 알아서일 거다.
17일까지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55가길 갤러리조은서 여는 개인전 ‘내 사유의 초상화’(Portrait of My Thoughts)에서 볼 수 있다. 한국에서 여는 첫 개인전에 120호 캔버스작품을 앞세워 드로잉·판화 등 22점을 걸었다.
| 마이코 코바야시 ‘내 건 어디에’(Where’s Mine·2022), 캔버스에 와시페이퍼·아크릴·오일파스텔·색연필, 91×72.7×2.5㎝(사진=갤러리조은) |
|
| 마이코 코바야시 ‘둘’(Two·2022), 캔버스에 와시페이퍼·아크릴·오일파스텔·색연필, 130×180×3.5㎝(사진=갤러리조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