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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입찰 금액을 총액이 아닌 단가로 적어 낙찰됐지만 착오를 깨닫고 바로 포기했다면 입찰참가자격 제한의 벌칙을 가할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구지법 행정1부(재판장 박만호)는 활성탄 제조업체 A사가 한국수력원자력을 상대로 제기한 입찰참가자격 제한처분 취소 소송에서 지난 20일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A사는 지난해 최저가낙찰제로 실시한 한수원의 활성탄 구매 입찰에 참여했다. 당시 구매입찰공고에는 “입찰 금액은 아라비아숫자와 한글로 작성하며 부가가치세를 포함한 총액을 입력해야 한다”고 적혀 있다.
입찰에 참여한 B사와 C사, D사는 각각 약 7200만원과 약 1억2000만원, 약 2억700만원을 써냈다. A사는 입찰 금액으로 1215원을 기재했다. 한수원은 가장 작은 금액을 제시한 A사를 낙찰자로 선정했다.
A사는 그러나 “착오로 총액 대신 단가를 기재했다”며 낙찰 당일 포기 의사를 밝히고 한수원과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다. 그러자 한수원은 “낙찰자로 선정됐는데 정당한 이유없이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다”며 공공기관운영법을 근거로 3개월의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을 내렸다.
공공기관운영법 39조 2항은 “공기업·준정부 기관은 공정한 경쟁이나 계약의 적정한 이행을 해칠 게 명백하다고 판단되는 사람과 법인 또는 단체 등에 대해 2년 범위 내에서 일정 기간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입찰참가자격 제한이 부당하다는 A사의 주장에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입찰경쟁 저해를 목적으로 일부러 낮은 금액을 제시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며 공정경쟁 저해자 등을 제재하는 공공기관운영법의 해당 조항을 적용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A사가 착오를 한 데에는 한수원 구매입찰 공고문의 표현상 문제도 있었다고 지적했다. 구매입찰 공고문에는 ‘단가 계약’이라는 표현이 다수 있었고 활성탄 인도 조건을 ‘단가 계약 인도 지시서에 의한 분할납품’으로 기재했다. A사는 한수원의 입찰에 처음 참여한 업체였다.
재판부는 “공고문의 표현과 계약조건 때문에 A사가 단가입찰로 착오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