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주말] 日 연극…우리네 자화상 들여다보다

김미경 기자I 2015.06.13 19:25:24

두산인문극장 '예외' 시리즈 마지막
색다른 웃음코드..미타니 코키 희극
허물 벗는 아버지와 사는 40대 아들
일본 사회이자 곧 닮은꼴 '한국 모습'

연극 ‘히키코모리 밖으로 나왔어’의 한 장면(사진=두산아트센터).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한국과 닮았다. 우스꽝스러운 상황 혹은 재기발랄한 발상으로 일본 사회를 넘어 한국의 사회상을 들여다보는 연극 세 편이 한국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사회 무거운 문제를 일본 특유의 가볍고 유쾌한 터치로 어루만진 작품들은 한국 사회에도 공감할 만한 메시지와 울림을 준다. 일본 최고의 코미디 작가 미타니 코키의 작품부터 두산인문극장 예외 시리즈 마지막 편까지 후회하지 않을만한 연극들이다.

연극 ‘술과 눈물과 지킬 앤 하이드’의 한 장면(사진=적도).
◇예외 아닌 현실…‘히키코모리 밖으로 나왔어’

두산인문극장 ‘예외’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 히키코모리의 고군분투기다. 실제 작가 이와이 히데토(41)의 자전적 작품이다. 16세부터 20세까지 히키코로리로 산 자신을 모티브로 삼아 썼다. 연극은 히키코모리를 향한 편견을 거두고 있는 그대로의 히키코모리를 사실적으로 무대 위에 세운다. ‘예외’가 과연 ‘예외’인지, 밖(세상)은 과연 나갈 만한 곳인지, 멀쩡하다는 것은 도대체 무엇인지, 또 사회적 관계라는 게 과연 유효한 것인지를 곱씹게 한다. 배우 최광일이 토미오 역을, 이남희가 카즈오 역을 맡았다. 이밖에 강지은·배수백·황정민·윤상화·김혜강 등이 출연한다. 서울 종로구 종로5가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에서 20일까지 02-708-5001.

◇우프고 싶네…‘술과 눈물과 지킬 앤 하이드’

일본 최고의 코미디 작가 미타니 코키의 작품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최소한의 웃음이 보장된다. 황정민, 류덕환, 정웅인 등 연기파 배우들이 줄줄이 출연하며 흥행에 성공한 연극 ‘웃음의 대학’도 미타니 코키의 작품이다.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소설 ‘지킬 박사와 하이드’를 작가 특유의 유쾌하면서도 따뜻한 시선으로 패러디했다. 인간의 선악을 구분하는 신약개발에 실패한 ‘지킬’ 박사가 당장 내일로 다가온 연구 발표회를 위해 ‘하이드’를 연기할 무명배우 ‘빅터’를 고용한다는 줄거리. 거짓말이 거짓말을 낳는 상황이 웃을 수밖에 없게 만든다. 정웅인과 최원영이 지킬 박사로 더블 캐스팅됐다. 다음달 5일까지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 공연한다. 3만5000~4만5000원. 02-749-9037.

연극 ‘허물’의 한 장면(사진=국립극단).
◇허물 벗는 아버지…기발한 발상 ‘허물’

아버지가 허물을 벗는다는 기발한 발상에서 출발한다. 치매에 걸린 80대 아버지가 하나씩 허물을 벗고 젊어진다. 60대, 50대를 지나 아들의 나이와 같은 40대가 되어 나타나 사사건건 참견을 한다. 어느날엔 30대, 20대가 되어 아들에게 깍듯하게 존대를 한다. 2000년대에서 시작해 태평양전쟁 시기까지 올라간다. 주인공 다쿠야는 이혼과 실직 등 사회적으로 ‘실패’한 상태다. 치매 아버지까지 모셔야 하는 상황. 작가는 실제로 아버지를 7년간 간병한 경험에서 작품의 영감을 받았다. ‘젊은 아버지’와의 기묘한 만남에서 문득 관조적인 깨달음이 온다. 일본의 전후 세대인 아버지의 삶과 ‘잃어버린 세대’라 할 수 있는 아들의 삶을 서로 마주 보게 한다.일본 작가 쓰쿠다 노리히코의 원작을 국립극단이 무대로 옮겼다. 연출은 류주연이 맡았다. 14일까지 서울 용산구 국립극단 소극장 판. 1644-2003.
연극 ‘술과 눈물과 지킬 앤 하이드’의 한 장면(사진=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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