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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체 없는 연착륙’ 기대감에 불 붙은 美 증시
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지난주 닷새 연속 오름세를 지속하며 5.9% 상승했다. 주간 상승률 기준 지난해 11월 이후 1년 만에 가장 큰 오름폭이다. 기술주 중심 나스닥 지수도 한 주 새 6.6% 뛰었다. 그간 하늘 높은지 모르던 미 국채 10년물 금리도 전주 4.845%에서 지난주 4.576% 하락했다.(채권가격은 상승)
고공 행진하던 물가와 금리가 안정화하면서도 경기는 활력을 유지할 것이라는, 이른바 ‘골디락스’ 경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지난주 미 금융시장을 뜨겁게 달궜다. 앞서 연준은 지난 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여름 이후 치솟은 장기 금리로 금융상황이 크게 긴축됐다”고 밝혔는데, 시장에선 이를 금리 인상이 마무리 국면에 들어갔다는 뜻으로 해석했다.
라이언 디트릭 카슨인베스트먼트리서치 수석 전략가는 “그동안 시장은 극도로 과매도 상황에 빠져 있었다”며 “연준이 비둘기파(완화적 통화정책 선호)적으로 나온 게 랠리에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 증시가 향후 반등을 계속해 올 7월 수준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3일 발표된 미 고용보고서는 ‘금리 정점론’에 더욱 힘을 실어줬다. 10월 미국의 비농업 일자리는 전월대비 15만개 늘었는데 이는 9월(29만 7000개)보다 절반 가까이 줄어든 수치다. 그간 연준은 임금발(發) 인플레이션을 이유로 고용시장 둔화가 확인돼야 긴축을 중단할 수 있다고 강조해왔다.
크리스티나 후퍼 인베스코 수석 전략가는 고용보고서에 대해 “우리는 디스인플레이션(인플레이션 둔화) 추세에 있으며 경제는 냉각되고 있고 연준은 다시 금리를 인상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마이클 페로리 JP모건 이코노미스트도 “고용지표가 맞춤형으로 나왔다”며 “미국 경제가 연착륙하고 있다는 연준의 메시지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S&P 500 기업 80%가 컨센서스 웃도는 실적
미국 기업들이 예상을 웃도는 실적을 내놓고 있다는 점도 골디락스 기대감을 뒷받침하고 있다. 금융정보회사 LSEG에 따르면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올 3분기 S&P500 기업들의 수익이 1년 전보다 평균 5.7%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실제 이날까지 수익을 발표한 기업 가운데 81%는 시장 컨센서스를 상회하는 실적을 공개했다.
파월 의장이 8일 연준 연구통계국 100주년 행사에서 실시하는 개회사와 9일 자크폴락 연례 콘퍼런스에서 기타 고피나스 국제통화기금(IMF) 수석부총재 등과 ‘글로벌 경제에서의 통화정책’을 주제로 진행하는 패널 토론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FOMC 이후 그의 첫 공개 연설인 만큼, 연준의 긴축 종료 가능성을 재확인하고 향후 전망에 대한 힌트를 엿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시장의 금리 정점론과 별개로 파월 의장이 신중한 입장을 피력할 것으로 내다봤다. 세스 카펜터 모건스탠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전 세계 중앙은행 중 어느 곳도 아직은 (인플레이션 억제라는) ‘임무 완수’를 선언할 준비가 안 됐다고 본다”며 “경제가 어떻게 전개되는지 파악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중앙은행들이 겸허히 깨달았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