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집권 1기에 이어 이번에도 그린란드에 대한 집요한 관심을 표하고 있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으로, 덴마크 정부는 거듭 “그린란드는 매물이 아니”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매입 의사를 일축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위협이 진지하고 심각한 수준이란 보도도 나온다. 라스 뢰케 라스무센 덴마크 외무장관이 최근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과 첫 통화에서 유럽 안보 비용을 더 분담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힐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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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눈독을 들인 첫 미국 대통령은 아니다. 지난 1867년 앤드루 존슨 당시 대통령은 알래스카와 함께 그린란드 매입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진다. 2차 세계대전 이후 해리 트루먼 당시 대통령이 덴마크에 그린란드를 1억 달러에 매입하겠다고 제안했다는 것이 덴마크 언론의 보도로 전해지기도 했다. 제안은 성사되지 않았지만 1951년 방위 조약에 따라 미국은 그린란드 북서부에 현재 ‘피투픽 우주기지’라는 공군 기지를 확보했다.
이처럼 미국이 그린란드를 호시탐탐 노리는 이유는 지정학적 위치에서 비롯된다. 그린란드는 러시아 모스크바와 미국 뉴욕의 중간에 위치해 있다. 러시아의 대서양 진출을 차단·감시할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인 셈이다. 냉전시대 미국을 주축으로 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는 그린란드와 아이슬란드, 영국을 잇는 이른바 ‘GIUK 갭’을 통해 러시아를 경계했다.
그린란드의 풍부한 천연자원도 관심사다. 그린란드에는 석유, 천연가스뿐 아니라 희토류 광물이 상당량 매장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희토류는 반도체, 전기차 등의 제조에 필수다. 현재 전 세계 희토류 생산을 장악한 국가는 중국으로, 그린란드 통제권을 확보해 희토류를 무기화하는 중국에 맞대응할 수 있다.
◇ 기후변화에…북극항로 주도권 싸움
그린란드는 ‘얼음 땅’으로 통한다. 최근 기후 변화로 북극 얼음이 빠르게 녹으면서 그린란드도 습지와 관목 지대로 변하고 있다. 빙하가 녹으면서 이 일대 해운 활동 또한 원활해질 것이란 낙관적인 기대에 힘입어 북극항로의 중요성도 부각되고 있다. 극지연구소(KOPRI)에 따르면 오는 2030년쯤에는 북극 중심을 통과할 만큼 빙하가 녹아내릴 전망이다.
그린란드 인근 북극해는 유럽, 북미와 아시아를 최단 경로로 잇는다는 장점이 있다. 북극항로까지 개척된다면 실질적인 거리는 최대 40%까지 줄어들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북극항로를 탐내는 국가는 미국뿐만 아니다. 러시아는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북극 항로 관리를 국가적 관점에서 중요시하고 있으며, 중국 또한 중앙아시아 및 유럽을 연결하는 육해상 실크로드인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에 북극항로 개척을 포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