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태몽이 닭인 남자의 비상…황올한 K치킨, 57개국 날다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김미경 기자I 2026.08.24 05:50:03

Google 검색에서 이데일리 기사를 더 자주 볼 수 있습니다.

'K푸드 거상' 윤홍근 제너시스BBQ그룹 회장
조선대 수석 졸업해 미원 공채 입사
인수한 닭업체 맡으며 치킨사업 관심
전세금 빼고 선후배에 돈 빌려 창업
2003년 中 진출...美·인도로 발 넓혀
현지화 전략 적중, 매출 30%가 해외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이제는 14억 인구의 인도다.” 제너시스BBQ가 미국·중남미에 이어 인도까지 발을 넓히며 글로벌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 인도 벵갈루루에 1·2호점을 동시에 열면서다. 이를 시작으로 내년까지 약 30개 점포를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1995년 서울의 작은 치킨 프랜차이즈로 시작한 BBQ의 영토는 이제 세계 57개국, 800여개 매장으로 넓어졌다. 그 중심에는 “맥도날드를 뛰어넘는 세계적 프랜차이즈를 만들겠다”고 외쳐온 윤홍근(71) 제너시스BBQ그룹 회장이 있다.

윤홍근 제너시스BBQ 회장이 카자흐스탄 MF 관계자들과 함께 BBQ 메가 알마아타(MEGA ALMA ATA)점을 찾은 현지인들에게 BBQ 치킨 메뉴를 설명하고 있다
윤홍근 제너시스BBQ 회장이 카자흐스탄 MF 관계자들과 함께 BBQ 메가 알마아타(MEGA ALMA ATA)점을 찾은 현지인들에게 BBQ 치킨 메뉴를 설명하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윤 회장은 요즘 몸이 열개라도 모자란다. 올들어 벌써 수차례나 해외 출장을 다녀왔다. 사회공헌 활동과 글로벌 사업을 직접 챙기며 질적인 도약을 겨냥한 큰 그림을 그리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닭으로 성공한 윤 회장은 닭과 유별난 인연을 갖고 있다. 조선대 무역학과를 수석으로 졸업한 그는 1984년 미원(현 대상)그룹에 공채로 입사한 후 해외곡물수입부, 기획부, 총무부, 영업부 등을 거치며 현장을 두루 경험했다. 1994년 미원이 인수한 닭고기 유통·가공업체 마니커 영업부장을 맡으면서 닭을 활용한 사업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당시 닭고기 수요는 점점 한계점에 이르고 있었고, 돌파구가 절실했다. 마니커의 신규사업으로 소형 치킨전문점을 구상했지만 회사의 반대에 부딪혔다.

결국 윤 회장은 ‘치킨을 파는 게 아니라, 브랜드와 경영노하우를 판다’는 구상 하나로, 안정적인 대기업에 사표를 던지고 치킨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의 나이 마흔이었다. 주변에서는 수많은 만류와 우려가 쏟아졌다. 당시 치킨 시장은 동네 호프집 중심의 주먹구구식 장사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윤 회장의 눈에는 남들이 보지 못한 ‘틈새’가 명확히 보였다. “여성과 어린아이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위생적이고 건강한 치킨을 만든다면, 치킨 역시 고부가가치 브랜드 산업이 될 수 있다.” 이 단순하지만 강력한 확신으로 그는 1995년 9월 BBQ를 세웠다.

전셋집을 월세로 바꾸고 저축과 은행 대출로 1억원을 조달한 뒤, 부족한 4억원은 10여 명의 지인과 선·후배들에게 2000만~5000만원씩 투자를 받았다. 자금 조달 과정은 윤 회장의 신뢰도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는 의리와 신뢰 하나로 지금까지 마니커로부터 닭을 공급받으며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사업을 본격화하면서 윤 회장의 도전정신과 아이디어가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BBQ는 과감한 투자와 철저한 시스템을 기반으로 판을 흔들었다. 매장 운영의 표준화와 가맹점 확대를 통해 어느 매장에서 먹더라도 일정한 맛을 낼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공을 들였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도 했다. 1997년 IMF 외환위기와 2003년 12월 발생한 ‘조류 독감’은 최악의 시기로 꼽힌다. 하지만 외환위기로 명예퇴직을 한 많은 직장인을 대상으로 공격적인 가맹점 마케팅을 펼친 결과 창립 1년 만에 100호점, 2년 만에 500호점, 4년 만에 1000호점을 돌파하며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2005년에는 올리브오일을 치킨 조리에 접목한 황금올리브치킨을 선보이며 주목 받았고, 치킨대학을 중심으로 교육과 품질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제품과 운영 전반에서 혁신을 이어왔다.

국내 1위에 안주하지 않은 그의 시선은 곧바로 세계를 향했다. 2003년 중국을 시작으로, 2006년에는 세계 최대 외식 시장인 미국에 발을 디뎠다. 해외 진출 초기부터 윤 회장이 강조한 것은 ‘한국식 치킨의 현지화’였다. 한국에서 성공한 방식을 그대로 옮기는 데 그치지 않고 현지 소비자의 입맛과 문화, 상권 특성을 반영하면서도 BBQ만의 맛과 브랜드 정체성은 유지하는 전략을 택했다.

23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뚝심 있게 해외 시장에 공들인 결과, BBQ는 현재 전 세계 57개국에서 800여 개의 매장을 운영하는 글로벌 프랜차이즈로 우뚝 섰다. 해외 매출도 전체의 약 30% 수준까지 확대됐다. 경쟁사인 bhc와 교촌의 해외 매출 비중이 각각 1~3%대에 머무는 것과 비교하면 BBQ는 해외 시장을 이미 별도의 성장축으로 만들어냈다는 평가다.

“나의 태몽은 ‘춤추는 닭’이었다. ‘닭은 내 운명’이다.” 그가 농담처럼 던지는 이 말 속에는 그의 진심이 담겨 있다. 윤 회장은 최근 국내 기업 CEO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BBQ의 31년은 위기 때마다 새로운 길을 선택하고 그 길을 스스로 만들어 온 도전의 시간이었다”며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세계 시장을 향해 끊임없이 도전하는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장기 목표는 더욱 공격적이다. 윤 회장은 2030년까지 전 세계 BBQ 매장을 5만개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국내 치킨 시장이 고물가와 소비 위축으로 정체기에 접어든 상황에서 성장의 무대를 해외로 옮기겠다는 의미다. 얼마나 많은 국가에서 브랜드를 구축하고 현지 매장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지가 새로운 경쟁력이 되고 있다. 윤 회장이 지금도 해외 현장을 직접 챙기는 이유다.

2023년 8월, 글로벌 현장경영을 위해 파나마에 방문중인 제너시스BBQ 그룹 윤홍근 회장이 현지 오픈 매장을 둘러보고 있다.
2023년 8월, 글로벌 현장경영을 위해 파나마에 방문중인 제너시스BBQ 그룹 윤홍근 회장이 현지 오픈 매장을 둘러보고 있다.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