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와 함께 쓰는 스페셜리포트]① 장명균 호서대 교수
2012년 대형마트 규제, 국민 60%도 완화·폐지 응답
14년 지났지만 규젠 그대로, 박용진 부위원장도 지적
정책의도 아닌 결과로 평가받아야, 규제 재설계 필요성 대두
가장 시급한 규제부터 풀어야, 시대 이기는 규제 없어
[장명균 호서대 경영학부 교수] 시대가 변하면 규제도 변해야 한다. 당연한 이 명제를, 우리는 유독 대형마트 규제(2012년 개정된 유통산업발전법) 앞에서는 외면해 왔다. 대형마트 업계가 수년에 걸쳐 급격히 위축된 사이, 온라인 유통은 쿠팡 단일로만 50조원에 육박하는 매출을 기록할 정도로 커졌다. 소비자와 기술 변화는 더 근본적이다. 맞벌이와 1인 가구가 표준이 되며 새벽배송은 이미 일상이 됐다. 이제 경쟁의 무대는 ‘대형마트 대 전통시장’이라는 2012년의 구도에서 ‘오프라인 전체 대 온라인 플랫폼’이라는 전혀 다른 구도로 옮겨갔다. 규제가 지키려던 전선(戰線) 자체가 이동한 것이다.
 | | 그래픽=이미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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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이 시대를 따라야 한다면, 시대의 주인인 국민은 이 문제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최근 한국유통학회가 전문 조사기관에 의뢰해 실시한 ‘유통산업 현안에 대한 국민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에 대해 완화 또는 폐지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59.5%로 ‘현행 유지’를 압도했다. 새벽배송을 허용하자는 의견은 65.1%나 됐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시대에 맞는 규제의 재설계’다. 유통정책 방향을 ‘규제 유지’에서 ‘소비자 중심의 규제 개선’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거다.
가장 근본적으로 필요한 건 인식의 전환이다. 14년간 우리는 ‘보호냐 성장이냐’란 이분법에 갇혀 있었다. 그러나 진짜 질문은 ‘어떻게 함께 경쟁력을 높일 것인가’다. 규제의 정당성은 그 선한 의도가 아니라 실제로 만들어낸 결과로 평가받아야 한다. 최근 대통령 직속 규제합리화위원회의 박용진 부위원장이 의무휴업 제도의 재검토 필요성을 제기하며 던진 화두, 곧 ‘정책은 결과로 평가받아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이제 국회가 입법으로 완성할 때다.
이를 통해 변화한 현실에 맞게 규제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 그 변화가 약자에게 충격이 되지 않도록 정교하게 설계하자는 것이다. 현재 국회에선 온라인 새벽배송에 한정해 예외를 인정하자는 접근과 의무휴업까지 전면 폐지하자는 접근이 맞서 있다. 모든 것을 한 번에 풀려다 아무것도 풀지 못하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가장 시급하고 합의 가능성이 높은 내용부터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이젠 변화를 인정하고, 그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하는 길을 함께 설계할 때다. 이는 소비자에게도, 유통산업에도, 전통시장에도, 그리고 더 넓고 촘촘한 보호가 필요한 노동자에게도 이롭다. 규제를 시대에 맞추는 일은 후퇴가 아니라, 변화한 현실에 책임 있게 응답하는 일이다. 각주구검(刻舟求劍), 뱃전의 표시가 아니라 이미 흘러간 강을 보아야 한다. 시대를 이기는 규제는 없다.
 | | 장명균 호서대 경영학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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