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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대선 연휴가 끝난 첫날인 이날 아르헨티나 외환 암시장에서 달러·페소 환율은 1045페소였다. 대선 직전인 17일 1달러당 920페소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나흘 만에 페소 가치가 12% 하락한 셈이다. 아르헨티나가 고시한 공식 환율은 1달러당 356페소이지만 엄격한 외환 통제 때문에 대부분의 외환거래가 암시장을 통해 이뤄지고 있어 큰 의미는 없다.
일주일도 안 돼 페소 가치가 급락한 것은 이틀 전 치러진 아르헨티나 대선 결선 투표에서 페소 폐지를 공약한 밀레이가 당선됐기 때문이다. 밀레이는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의 페소 남발이 연간 140%가 넘는 살인적 인플레이션을 불러왔다며 중앙은행과 페소를 없애고 대신 달러를 자국 통화로 채택하겠다고 공약했다.
차기 대통령이 페소 가치를 부인하는 만큼 앞으로 페소 가치 급락은 불가피하다. 모건스탠리는 페소 가치가 6주 동안 80%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국 애버딘의 빅토르 사보 포트폴리오매니저는 “암시장 환율과 공식 환율은 차이가 크기 때문에 약간 조정이 필요할 것이다. 문제는 조정이 얼마나 빨리 일어날 지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아르헨티나의 달러 보유액이 바닥 수준인 데다가 밀레이의 정치적 기반이 탄탄하지 않아 달러화(化) 공약을 단기간에 밀어붙이기 쉽지 않다고 전망하고 있다.
이날 아르헨티나 증권 시장은 뜨겁게 달궈졌다. 아르헨티나 증시의 벤치마크 지수 역할을 하는 S&P 메르발 지수는 사상 최대 폭인 22.8% 상승했다. 특히 달러화(化)나 공기업 민영화 등 밀레이의 공약과 관련된 종목들이 큰 폭으로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