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지금은 가끔 그 말을 떠올린다. 물론 다른 관점에서 말이다. 살다 보면, 사람은 변한다. 힘든 고통이나 역경에 처했을 때 사람은 가장 크게 변한다. 등 따뜻하고 배부른 사람은 그다지 변하지 않는다. 극한 상황이나 죽음의 문턱까지 가 본 사람은 인생관이 변하기 마련이다.
사람의 생각을 변화시키는 것이 또 있다. 바로 나이가 드는 것이다. 죽음을 앞둔 노년기로 접어 들면, 또 다시 인생관이 저절로 바뀌기 시작한다. 젊어서는 그토록 중요했던 일들이 이젠 그리 대단치 않아진다. 생각해 보자. 평생 동안 성실하고 열심히 야근을 해왔다. 그런데 그게 어쨌단 말인가? 직장일이 힘들고 고통스럽다. 그래서 그게 어쨌다구? 지금은 가끔 이 말을 떠올린다. `그래서 그게 어쨌단 말인가` 곰곰이 생각해 보면 내가 가끔은 너무 사소한 일에 집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불필요한 집착이 너무 많다. 불필요한 신경을 너무 많이 쓴다. 귀중한 시간과 노력을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것을 얻기 위해 낭비한다. 조금만 따져 보아도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는 일에 자신을 매몰시킬 때가 많다. 사소한 일에 갇혀 옴짝달싹 못하게 되면, 쉽게 짜증이나 화가 나고 괴로워하게 된다. 사소한 일에 매달리는데 시간과 에너지를 너무 많이 허비한 나머지 일의 보람, 삶의 즐거움이나 인생의 아름다움과는 완전히 담을 쌓고 산다.
예전에 국내 다큐멘터리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My Love, Don‘t Cross That River, 2014)를 본 적이 있다. 76년 평생을 사랑해도 부족한 노부부의 사랑과 이별의 이야기다. 영화를 보는 동안 기력이 없어지고 수척해지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10여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를 연상시킨다. 영화 촬영 도중에 할아버지가 사망한다. 가슴이 찡해 오며 눈물이 쏟아진다. 동시에 내 자신의 죽음이 계속 오버랩(Overlap) 된다.
난 이제 죽음을 생각한다. 위 영화의 주인공처럼 엔딩 크레딧(Ending Credit)이 나오기 전에 나도 죽을 수 있는 것이다. 죽음에 도달하는 순간 모든 것이 제로(Zero)가 된다. 삶의 끝에서 아무도 우리가 얼마나 많은 학위를 가졌으며, 얼마나 큰 집을 가지고 있는지, 얼마나 좋은 고급차를 굴리고 있는지 묻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누구인가 하는 것이다. 죽음을 앞둔 사람들이 가장 후회하는 말은 `인생은 너무나 소중하기 때문에 삶을 그렇게 심각하게 살지 말았어야 했다`는 것이다.
당신이 언제 죽을 것 같은가. 50년 후, 10년 후, 아니면 6개월 후? 갑자기 예기치 않은 교통사고로 죽은 사람은 어떤 인생을 살았을까. 행복한 인생을 살았을까. 충분한 사랑을 주고 받았을까. 확실한 사실은 그 사람의 인생 바구니 안에는 여전히 마무리 짓지 못한 일들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아무도 우리가 얼마나 살지 모른다는 것은 명백한 진실이다. 그러나 슬프게도 사람들은 마치 영원히 살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
사람들은 마음 깊은 곳에서 하고 싶어 하는 일들을 계속 미루고만 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고, 가슴 뭉클한 음악에 눈물을 흘리고, 감동 깊은 뮤지컬을 관람하고, 자연의 아름다움과 웅장함에 파묻히는 등 당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이 얼마나 많은가. 그런데 사람들은 시간과 노력의 대부분을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일에 쏟고 있다. 사소한 일에 목숨 걸지 않기로 다짐했다면, 삶은 평온하고 행복해진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말을 건다. “그래, 알겠어. 근데 그게 어쨌다구?”
사소한 것에 목숨 걸지 마라. 그건 그저 사소한 일일 뿐이다.우리에게 중요한 일은 정말 따로 있다. 사소하고 작은 것을 처리하는 데 시간과 힘을 써버린다면, 정작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에 손 댈 시간이 없어짐으로써 평생 시시한 일이나 처리하며 살아야 한다. 죽음을 생각하는 순간 우리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된다. 오늘이 생의 마지막 날인 것처럼 살자. 그럴지도 모르지 않는가!
◆ 윤경 변호사는…
△사법연수원 17기 △서울고법 판사 △대법원 재판연구관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법무법인(유한) 바른 파트너 변호사 △現 공동법률사무소 더리드(The Lead) 대표 변호사 겸 아하에셋 자산운용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