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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P·셸 등 주요 에너지 기업들 “러 사업 정리할것”
지난달 28일(이하 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세계적 석유 기업인 영국 셸은 이날 러시아 국영 가스업체인 가즈프롬과의 합작 사업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 사할린의 석유·가스 프로젝트인 사할린-II 지분 27.5%를 매각하고,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가스관 노르트스트림2 재정 지원도 철회하기로 했다. 셸은 노르트스트림2 프로젝트에 약 10억달러(약 1조 2000억원)를 대출했다.
벤 반 뷰든 셸 최고경영자(CEO)는 “우크라이나에서 유럽 안보를 위협하는 무분별한 군사 공격으로 인명피해가 발생한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러시아의 침공에 따른 대응임을 시사했다.
전날에는 영국의 또 다른 글로벌 석유 기업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이 러시아 국영 로스네프트 보유 지분 19.75%를 전량 매각한다고 밝혔다. 또 장부가치 14억달러(약 1조 6800억원) 규모의 3개 합작투자를 비롯해 러시아 내 다른 사업에서도 전면 철수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BP는 250억달러(약 30조원) 가량의 손실을 예상했다.
이후 노르웨이의 에퀴노르와 프랑스 토탈에너지스도 이날 러시아 석유·가스업체들과 제휴를 끊고 보유 지분도 처분한다고 각각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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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다임러 등 車기업 이어 페북·구글 등도 제재 동참
에너지 기업뿐 아니다. 자동차 제조업체들과 빅테크 기업들도 속속 러시아에서 손을 떼고 있다.
다임러 트럭 홀딩스는 이날 러시아 합작 기업과 제휴를 끊고, 자동차 생산에 필요한 부품 공급을 중단하기로 했다. 볼보 자동차와 폭스바겐은 러시아에서 자동차 판매 등 영업을 중단하기로 했다. 프랑스 르노 자동차는 러시아 모스크바 인근 공장 가동을 멈췄다.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 등도 러시아 정부나 국영매체 등이 자사 플랫폼을 통해 수익을 내지 못하도록 막았다.
페이스북의 모회사인 메타는 지난달 25일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서 러시아 국영 미디어의 광고 게재 및 광고 수익화 기능을 차단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같은 날 트위터도 러시아의 광고 게재를 일시 중단한다고 했다.
구글도 지난달 26일 러시아 국영 언론 매체 등이 자사 웹사이트, 애플리케이션(앱), 유튜브 등을 통에 광고 게재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노르웨이 국부펀드가 러시아 자산을 전량 처분하기로 했다. 47개 기업의 주식 및 국채로 구성돼 있으며, 자산가치는 지난해 말 기준 약 250억크로네(약 3조 4000억원)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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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엑손모빌은 아직…러, 중국서 돌파구 모색할듯
이처럼 서방 주요 기업들이 러시아 사업에서 물러나게 된 배경에는 미국과 유럽 등 서방 각국 정부의 압박과 “민간인을 희생시키는 러시아를 돕고 있다”는 국제사회 비판 여론 등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BP와 셸은 영국 정부의 거센 압박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빅테크 기업들은 유럽연합(EU) 및 국제 인권단체 등으로부터 러시아의 수익 창출을 방관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석유 공룡 엑손모빌은 아직 구체적인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어 주목된다. 블룸버그통신은 “경쟁사인 BP와 셸의 러시아 사업 철수 결정 이후 엑손모빌은 어려운 선택에 직면해 있다”면서 “이 회사는 러시아 극동 지역의 대규모 원유 개발 프로젝트 지분 30%를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서방의 경제·금융 제재 및 주요 기업들의 사업 철수로 “러시아 자산이 (서방 제재 이후) 투자 불가능한 자산이 돼 가고 있다”고 골드만삭스는 진단했다. CNN방송은 경제학자들을 인용해 러시아 경제가 5% 위축될 수 있다고 예측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러시아는 에너지 외에는 이렇다 할 주력 산업이 없다”면서 “서방의 제재에 맞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중국에서 돌파구를 찾으려고 시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중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하지는 않았지만, 경제적으로는 적극 지원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앞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4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러시아산 밀 수입 확대 및 천연가스 추가 수입을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