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운동'이 집회로 돌변…연휴 첫날 '전광훈黨' 방역위반 집회(종합)

조민정 기자I 2021.08.14 17:49:16

국민혁명당, 14일 '문재인 탄핵 걷기 운동'
경찰 통제에 탑골공원-동대문역 경로 변경
참가자 삼삼오오 집결, '노마스크' 구호 제창
"15일에도 예정대로 '걷기 운동' 진행할 것"
민주노총도 오후 서대문 일대에서 1인 시위

[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광복절 황금연휴 첫날인 14일, 서울 도심에서 보수단체의 기습 집회가 펼쳐졌다. 주최측은 당초 시위가 아닌 참가자 간 거리를 둔 ‘1인 걷기운동’이라고 강조했으나 경찰이 광화문 일대를 통제하자 장소를 옮겨 사실상 집회를 열였다. 참가자들은 마스크를 벗고 침을 튀며 경찰과 승강이를 벌이면서 방역수칙을 위반하기도 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도 이날 오후 서대문 일대에서 한·미연합훈련 반대 1인 시위를 진행했다.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역 부근에서 ‘1인 걷기 운동’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며 소리를 지르자 경찰이 에워싸고 있다.(사진=조민정 기자)
◇마스크 벗고 침 튀겨…선별진료소 천막 밑 ‘옹기종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대표로 있는 국민혁명당은 이날 오전 6시부터 서울역-남대문-시청 앞-덕수궁-동화면세점 왕복 코스로 도는 ‘문재인 탄핵 8·15 1000만 1인 걷기 운동’을 시작했다. 전 목사는 유튜브 방송을 이유로 이날 현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당 관계자들은 광화문 일대에 세워 놓은 경찰 차벽과 검문 때문에 광화문광장에 진입하지 못했다.

국민혁명당 측은 이동이 막히자 즉석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이 누구나 걸을 수 있는 인도를 막고 지하철역 대부분 출입구를 봉쇄해 자유로운 통행을 차단했다”며 “인권을 말살한 문 대통령, 김부겸 총리, 오세훈 서울시장, 김창룡 경찰청장을 상대로 배상소송을 진행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오후 1시께 탑골공원-종로3가역-동대문역 방향으로 코스를 변경했다. 삼삼오오 모인 참가자들은 마스크를 벗은 채 구호를 외치고 애국가를 부르면서 태극기를 흔들었다. 주최 측이 예고한 ‘2m 거리두기 간격’ 등 방역지침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당초 당이 주장했던 단순 ‘산책’과는 거리가 먼 모습이었다. 참가자들은 거리를 걸으며 ‘나라를 살려야 한다! 대한민국 만세! 대한민국 화이팅!’을 외쳤고 결국 분산해 있던 참가자 수십명이 결집했다. 참가자 열댓명은 종로구 탑골공원 앞에 마련된 코로나19 임시선별검사소 천막 아래 돗자리를 깔고 자리잡았다. 마스크를 완전히 벗고 모여 앉아 애국가를 불렀다.

광화문 광장 검문소 앞에서는 경찰과 참가자들 간 충돌이 발생하기도 했다. 길이 가로막힌 이들은 “국민들을 왜 억죄고 있어! 코로나도 다 거짓방역이야! 빨갱이 OO”라고 경찰에 욕설을 뱉었다. 마스크를 내리고 경찰에 항의하거나 미니 마이크를 소지해 소리를 지르는 이도 있었다. 이 과정에서 비말이 사방으로 튀기는 장면도 목격됐다. 경찰은 마스크를 쓰고 말하라고 지속적으로 요청했지만 응하지 않았다.

1인 시위에 참여하기 위해 경기도에서 왔다는 60대 중반 여성 A씨는 거리를 통제하던 경찰과 서로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으면서 실랑이를 벌였다. A씨는 “경찰이 나를 찍길래 나도 고발하려고 같이 찍었다”며 “원래 광화문에서 친구를 만나기로 했는데 다 막혀서 종로3가역으로 오게 됐다. 경찰들 하는 거 보니까 오늘 (국민혁명당) 당원 가입도 하고 가려고 한다”고 언성을 높였다.

지난 12일 국민혁명당은 기자회견에서 “광복절 연휴 걷기운동은 단순한 산책이며 선글라스와 양산, 생수만 소지할 예정이기 때문에 ‘변형된 1인 시위’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1인 시위로 규정되기 위해선 참여자 개인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쳐야 한다는 설명이다.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종로3가역 부근에서 ‘1인 걷기 운동’ 참가자들이 만세를 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조민정 기자)
◇경찰 “폭력 행사하면 사법처리”…민주노총도 거리두기 집회

경찰은 이날 진행되는 모든 집회·시위를 ‘변형된 1인 시위’로 규정하고 강경 대응에 나섰다. 서울경찰청은 최대 186개 부대와 가용 장비를 동원하고 시계와 한강 교량, 도심 등 81개소에 임시검문소를 운영했다. 집회금지 장소에는 펜스를 설치해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기 위해서는 구불구불 꺾인 미로 같은 펜스를 통과하도록 했다. 경찰은 “현재 행위는 집시법 위반, 감염병예방법 위반이다”라며 “폭력을 행사할 경우 강력히 사법처리하겠다”는 경고 방송을 계속해서 진행했다.

참가자들과 경찰의 충돌로 종로구를 찾은 일반 시민들은 불편함을 내비쳤다. 도로가 막혀 우회해서 돌아가야 하는데다 집회 참가자들이 밀집해 있어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는 것조차 힘든 상황이었다.

주말 데이트를 위해 카페 앞에서 남자친구를 기다리던 최모(26·여)씨는 “어제 저녁에 광화문 카페 앞에서 만나자고 했는데,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지도 모르겠다”며 “너무 당황스럽고 혼란스러워서 빨리 이곳을 벗어나고 싶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지나가던 시민들도 “지금 저게 뭐하는 거야”, “너무 시끄럽다”, “왜 길을 돌아가야 하는 거냐”, “여기로도 못 가게 하고 어디로 가라는 거야”라며 불만을 드러냈다.

연휴 둘째 날인 15일에도 국민혁명당은 ‘문재인 탄핵 8·15 1000만 1인 걷기 운동’을 그대로 진행할 방침이다. 국민혁명당 관계자는 “내일은 일요일이라 예배를 드려서 오후 2시쯤부터 걷기 운동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며 “오늘 진행된 걷기 운동도 집회가 아닌 ‘운동’이기 때문에 집행부에서도 현장에 나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14일 경찰이 광화문 인근 도로에 차벽을 세워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4시부터 ‘8·15전국노동자대회’를 열고 서울역-서대문역-충정로역 경로를 따라 1인 시위를 진행했다. 시위에 참가한 200여명의 조합원들은 70m 간격으로 서서 ‘한·미전쟁연습 중단’ 구호가 적힌 헬륨 풍선을 들었다. 민주노총은 광복절을 맞아 정부에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촉구하고,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투쟁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변 도로와 대로변에 경찰이 배치됐으나 참가자와 물리적 접촉이나 실랑이 등 충돌은 없었지만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순수한 1인 시위로 볼 수 없으며 사실상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경찰 관계자는 “같은 날, 같은 시간 공동의 목적을 위해 실질적인 집회 시위를 진행 중”이라며 “집회 자체로 위해 우려가 있어 시위를 자제하고 즉시 귀가하길 바란다”는 경고 방송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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