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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7시부터 오후 5시 반까지 10시간 30분 동안 공장이 가동됩니다. 내년부터 연 120만대, 즉 ‘10초에 한 대’씩 세탁기를 생산하게 됩니다.” LG전자 테네시 공장의 생산기술팀 정재환 책임의 설명이다. 테네시 공장은 LG의 12번째 해외 세탁기공장으로, LG가 미국에서 생활가전 제품을 생산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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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2월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간 테네시 공장에서 가장 눈길을 끈 건 공정 대부분이 ‘로봇’들에 의해 이뤄진다는 점이다. 가공·사출성형·도색 등 부품 제조라인부터 각종 부품을 표준화된 모듈로 만드는 모듈 조립라인은 물론, 완성·포장 등 생산라인까지 전부 로봇에 의해 움직이고 있었다. 테네시 공장의 대지면적이 축구장 160개가 들어가고도 남는 125만㎡에 달하면서도 근무자가 약 600명 정도에 불과한 배경이다.
철저한 품질검사는 이 공장의 자랑이다. 가혹한 환경에서 제품의 내구성을 검증하는 가속수명시험을 비롯해 전기안전·소음·진동·기능검사 등 품질검사가 4개의 시험실에서 이뤄진다. 공장의 한 관계자는 “품질검사를 통과하지 못하는 제품은 1% 미만”이라고 귀띔했다.
‘연 120만대’ 물량을 뽑아내려면 올해 연말을 돼야 한다. 2017년 8월 착공한 이 공장의 가동은 예정보다 6개월이나 앞당긴 작년 12월부터 이미 가동을 시작했다. 미국의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발동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조치였다. 하지만, LG전자는 9년 전인 2010년부터 이미 미국 내 현지생산체제 구축을 검토해왔다. 현지 생산을 통해 시장의 변화에 즉각 대응하는 한편, 물류비·관세·배송시간 절감으로 원가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테네시 공장 준공식 현장에서 만난 송대현 LG전자 H&A사업본부장(사장)은 “우리의 목표는 세이프가드 관세가 없어진 후에도, 미국 내 현지 생산이 (수입보다) 더 유리한 상황을 만드는 것”이라며 “즉, 관세가 사라져도 비용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게 미국 테네시 공장의 목표”라고 재차 강조했다.
가능성은 충분하다. LG 세탁기의 미국 내 평판이 경쟁사를 압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최고 권위 소비자잡지인 ‘컨슈머리포트’가 실시한 제품평가에서 드럼세탁기는 1위부터 8위, 통돌이세탁기는 1위부터 10위까지 모두 LG가 휩쓸었다.
LG 측 관계자는 “테네시 공장은 중장기적으로 미국 프리미엄 생활가전 시장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교두보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현지 생산이 연구개발·디자인·판매·서비스 등과 긴밀하게 연결되면 사업역량은 더 강화될 것”이라고 했다.
앞으로 테네시 공장은 그간 태국·베트남 공장을 대신해 경남 창원과 함께 미 시장에 세탁기를 공급하는 양대 생산기지로 자리매김하게 된다고 LG 측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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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 LG전자가 테네시주를 공장 부지로 낙점한 건 인력확보와 기반시설·원가경쟁력은 물론, 세제혜택을 비롯한 주 정부의 각종 인센티브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준공까지는 만만찮은 걸림돌도 있었다. 부지에서 여러 싱크홀(sink hole)이 발견되면서 추가 공사가 불가피했고, 결국 총 투자 규모도 3억6000만달러로, 예상치(2억5000만달러)를 크게 초과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미국 경제 활황으로 고용시장 훈풍이 지속하면서 숙련된 노동자를 찾기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송 사장은 “채용이 돼도 다시 나가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클락스빌에 미 육군 보충대대가 있어 리더십이 있는 군 출신들도 채용하는데, 그런 사람들로 모두 채우기는 불가능했다”며 “현재 700명이 필요한데, 아직 550명 정도밖에 못 채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빌 리 테네시주 주지사는 이날 준공식에서 “LG의 세탁기 공장은 테네시주에서 가장 인상적인 생산시설 중의 하나”라며 “재정적으로 큰 투자도 중요 했지만, 좋은 일자리를 많이 창출한 데 더 큰 의미가 있다. LG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했다.
마크 그린 연방하원의원(테네시·공화)도 “오늘은 LG가 위대한 회사임을, 또한 테네시주가 위대한 주임을 증명하는 날”이라며 “공장 안을 둘러보면 환상적인 최첨단 기술을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LG전자는 세탁기 공장 외에도 미국 현지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헤이즐 파크에서 전기차용 배터리팩 등을, 앨라배마주 헌츠빌에선 태양광 모듈을 각각 생산하고 있다. 올해 말 뉴저지주에 완공 예정인 LG 북미 신사옥 건설에는 총 3억달러가 투입됐다.
이날 준공식엔 그린 하원의원과 리 주지사를 비롯해 짐 듀렛 몽고메리카운티 시장, 조 피츠 클락스빌 시장, 김영준 주애틀랜타 총영사 등이 모습을 드러냈다. LG전자에선 송대현 사장과 함께 북미지역대표 조주완 부사장, 리빙어플라이언스사업부장 류재철 부사장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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