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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高물가에 싼게 최고"..분당사모님들 `박터지다`

황수연 기자I 2011.09.01 09:27:19

배 저렴하게 판매한다는 소식에 아침부터 줄서기
물량 동나자 실랑이.."생활비 줄이는 것도 한계"

[분당=이데일리 황수연 기자] 지난달 31일 오전 8시 40분 분당 오리역 농협 하나로마트 성남점 과일매장. `전단 상품 배(국내산) 1박스(8개)에 1만2700원`이란 입간판이 세워져 있고 그 옆으로 올해 출하된 배 박스가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개점 시간이 20분 정도 남았지만 이미 고객 30~40명이 줄을 선 상태. 앞쪽에 있는 사람들은 오전 8시부터 줄을 섰다. 개점과 동시에 고객들이 몰리면서 한 시간 만에 이날 하나로마트 성남점에서 판매한 배 300박스 대부분이 팔려 나갔다.

8시부터 나와 두 박스를 사는 데 성공한 김민숙(가명, 60세)씨는 "장마에 추석을 앞두고 `부르는 게 값`일 정도로 배 값이 올랐다. 품질이 좀 낫다 싶으면 1개에 만원도 훌쩍 넘는다"며 "이 정도(1만2700원) 가격에 8개를 사는데 일찍 나오는 게 뭔 대수냐"라고 말했다.
 
이매동에 사는 결혼 1년차 윤모씨는 "1인당 두 박스로 한정 판매한다고 해 엄마와 함께 왔다"고 말했다. 윤씨처럼 가족들이 함께 온 경우도 눈에 많이 띄었다.

윤씨는 "두 사람 식비로 한 달에 10만원도 빠듯하다. 올해 초 보다 20~30% 오른 것 같다"며 "하루가 다르게 물가가 오르면서 매일 마트 전단지를 챙기는 게 생활이 됐다. 얼마 전에 배를 3개에 만 원 주고 산 게 너무나 후회돼 이렇게 아침부터 서둘러 왔다"고 말했다.

▲ 물가가 치솟으면서 시세보다 저렴한 할인 상품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사진은 분당 이마트에서 시세보다 싼 배추를 사려는 주부들 모습.(사진=황수연기자)
분당 정자동에 위치한 이마트 분당점. 이 곳 채소매장은 오전 10시부터 배추를 두고 매장 직원과 주부들 사이에 실랑이가 한창이었다. 1통에 4000원~5000원인 배추를 2500원에 할인해 팔면서 문 연지 한 시간 만에 물량이 동이 났기 때문.

배추를 빨리 달라는 주부들의 아우성에 매장 직원은 "지금 (배추를) 손질하고 있으니 조금 기다려 달라"며 주부들을 가까스로 진정시켰다.

인근 정자동에 사는 최정자(가명, 70세)씨는 "먹고 쓰는 거 줄이는 거 외에 별 수 있냐. 조금이라도 싸게 살려고 저 난리지..."라며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직원이 막 가져온 배추 5포기를 안아 들었다.

분당의 가정주부들이 배·배추를 사려고 아침 일찍 마트로 출근하는 데는 치솟은 물가 때문이다. 긴 장마와 추석을 앞두고 과일과 채소 가격이 급등하자 한 푼이라도 아끼겠다며 마트 아침출근을 자청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작년 이맘 때 대형 마트 기준으로 1개에 2000원 꼴이던 배 가격은 현재 3000원을 훌쩍 넘어서고 있다. 하지만 물가 상승세는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긴 장마에 이른 추석으로 수요는 늘어나는데 공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8월 소비자 물가는 5.3%를 기록, 3년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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