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당초 19일 0시1분부터 캐나다산 와인과 하키스틱 등 약 200억달러(약 27조7800억원) 규모 수입품에 부과할 예정이던 50% 관세를 사흘간 유예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밤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양국이 문서 확정을 전제로 “합의(DEAL)”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의 표현은 훨씬 신중했다. 그는 “상당한 진전이 있었지만 여전히 해야 할 중요한 일이 남아 있다”고 밝혔다. 미국과 캐나다가 큰 틀에서 접점을 찾았지만 최종 합의가 완성된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자동차 관세 낮아지나…USMCA 협상도 주목
협상의 범위는 당초 관세 분쟁보다 넓어지고 있다.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는 합의에 미국산 제품에 대한 포괄적인 시장 접근과 경제안보 약속, 디지털 무역 정책 조율 등이 포함될 것이라고 밝혔다.
커틀러 부소장은 이 점을 특히 주목했다. 그는 “현재 협상 중인 합의는 개별 산업의 마찰을 넘어 경제안보와 디지털 등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며 “이는 그동안 중단됐던 미국·캐나다 간 USMCA 공식 협상의 길을 닦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관건 중 하나는 자동차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양국은 미국이 캐나다산 자동차에 적용하는 무역확장법 232조 관세를 현행 25%에서 15%로 낮추고, 미국산 부품 비중에 따라 추가로 관세를 낮추는 방안을 논의해왔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캐나다산 자동차 관세를 낮출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그는 관련 질문에 “우리는 몇 가지 조치를 하고 있다”며 “우리도 무언가는 줘야 한다. 그들은 높은 숫자를 내고 있었고 우리는 이를 조금 낮추고 있다”고 말했다.
캐나다 측에서는 미국산 농산물 등에 대한 무역장벽을 낮추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가 미국 농민에게 부과하는 관세가 사실상 없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캐나다 정부는 아직 최종 합의의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하지 않았다.
|
캐나다에 대한 미국의 양보가 북미를 넘어 다른 통상협상으로 확산할 가능성도 있다.
커틀러 부소장은 “멕시코는 미국이 철강과 알루미늄, 자동차 관세 등에서 캐나다에 어떤 양보를 하는지 특히 주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실제로 캐나다에 일부 관세 완화를 제공한다면 멕시코도 같은 대우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고 다른 교역 상대국들도 뒤따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이 캐나다에 제시하는 조건이 향후 다른 국가와의 통상협상에서 일종의 기준점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USMCA로 묶인 멕시코는 캐나다가 얻어내는 관세 완화 수준을 면밀히 주시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합의에는 2021년 조 바이든 당시 대통령이 취소한 키스톤XL 송유관 사업의 부활 가능성도 거론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위대한 키스톤XL 송유관이 무덤에서 깨어날 수도 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관세 피했다고 관계 회복된 것 아냐”
그러나 이번 합의가 지난 1년 반 동안 악화한 미·캐나다 관계를 곧바로 복원시키지는 못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커틀러 부소장은 “당장의 관세 시한을 피한 것은 반가운 소식이지만 이것이 미국과 캐나다 관계의 모든 문제가 해결됐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1년 반은 양국 관계에 심각한 타격을 줬다”며 캐나다가 중국을 포함한 다른 국가들과 무역 관계를 강화하면서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향후 며칠간 협상의 핵심은 미국이 캐나다산 자동차·철강·알루미늄 관세를 얼마나 낮추고, 그 대가로 캐나다가 농산물과 주류 등 미국산 제품의 시장 접근을 어느 정도 확대하느냐다. 여기에 경제안보와 디지털 무역까지 합의가 이뤄진다면 이번 협상은 단순한 50% 관세 유예를 넘어 향후 USMCA 협상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반대로 최종 문서 작성 과정에서 이견이 다시 불거질 경우 사흘간 미뤄진 50% 관세가 다시 협상 지렛대로 등장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미·캐나다가 당장의 관세 충돌은 피했지만 북미 통상질서를 둘러싼 더 큰 협상은 이제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