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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이 와인 애호가들의 실망감을 잠재울 준비를 하고 있어서다. AI는 식물 속에 들어 있는 식물성 화학물질인 파이토케미컬(phytochemical)의 다양한 조합을 통해 와인과 똑같은 맛과 향을 가진 구조물 조합을 찾는다. 사람들이 즐기는 와인에 많이 함유된 다수의 물질 후보군들을 데이터로 넣어 주면 AI가 학습을 통해 최종적으로 최적의 결과물을 산출해 주는 방식이다. 이는 대면 방식의 시음을 통한 인공 와인 개발에 비해 비용이나 오차, 오류를 최소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비단 와인 뿐만이 아니다. 급속도로 발전하는 4차산업혁명 기술은 우리의 식탁과 음식 산업에 다양한 변화를 준비 중이다. 생산 측면에선 스마트팜이 대표적이다. 여러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스마트팜은 전통적 개념의 농업 개념을 완전히 바꿔 시·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원하는 농산물을 생산하면서 그 영역을 점차 넓혀가고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미디어랩에서는 보다 흥미로운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칼렙 하퍼(Caleb Harper) 교수는 지난 2015년 프로젝트 조직을 하나 만들었다. 이름하여 ‘Open Agriculture(OpenAG) Initiative’(공유 농업 계획)다. 세계 식량문제 해결을 위해 실내도시농업을 표방하며 오픈소스로 출발한 이 프로젝트의 핵심 플랫폼은 바로 ‘푸드 컴퓨터(Food Computer)’다. 푸드컴퓨터는 물, 온도, 습도, 일조량, 토양의 영양분 등 각종 작물 생육 환경을 컴퓨터로 제어하고 모니터링하며 식물 성장을 최적화한다. 또 이 프로젝트는 전 세계 누구나 여기에 동참할 수 있도록 푸드 컴퓨터 제작 방법과 사용자인터페이스(UI)를 공개했다. 이 프로젝트가 상용화 되면 미국 캘리포니아산 오렌지를 먹기 위해 들어가는 유·무형의 많은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도 우리나라에서 편하고 안전하게 캘리포니아산 오렌지를 먹을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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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를 활용하면 영국의 세계적 스타 셰프인 고든 램지를 닮은 로봇 요리사도 나올 수 있다. 예를 들어 토마토 파스타를 만드는 고든램지의 미세한 움직임까지 그대로 모방해 그 데이터를 입력하면 AI가 학습을 통해 그 시스템을 그대로 따라함으로써 훌륭한 토마토파스타가 탄생할 수 있게 된다.
때론 독이 되는 음식엔 푸드해킹 기술이 적용될 수도 있다. 이는 간단히 말하면 음식의 맛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미세한 전기 충격을 사용해 사람의 감각을 조작하는 기술이다. 전기 포크를 이용하면 고혈압 환자가 소금 섭취를 줄일 수도 있고 가상현실(VR)과 블루투스 기술이 적용된 가짜 레모네이드를 마시는 사람은 비만이나 당뇨 걱정에서 벗어날 수도 있다. 또 항생제와 동물성 지방에 대한 걱정을 없앤 ‘고기가 없는 고기’를 만드는 것도 AI를 활용하면 가능하다.
3D프린팅 기술은 개인 맞춤형 음식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 업체 ‘리서치앤드마켓(Research and Markets)’에 따르면 3D 음식 프린팅 시장은 오는 2023년까지 5억2560만 달러(약 595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주식품 개발 과제의 일환으로 식품용 3D 프린터 연구를 진행 중인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의뢰를 받은, 실리콘밸리 3D프린팅 스타트업 ‘비헥스(Beehex)’는 지난해 3월 6분 내에 피자 한 판을 만들어낼 수 있는 3D 프린터를 개발해 시제품을 공개하기도 했다.
도움말=황유진 과학커뮤니케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