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뜻밖에 어머니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울지 마라. 더 좋은 일이 생기려고 ‘액땜’한 거란다.” 그 말이 얼마나 큰 위안이 되었는지 모른다. 지금도 힘들 때마다 이 말을 되새기곤 한다. 내가 항상 내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며, 실상은 내가 가장 듣고 싶어 하는 말인지 모르겠다. 아무리 강한 사람이라도 때때로 위로 받고 싶나 보다. 아이들이 안 좋은 일을 당했을 때 나도 모르게 어머니가 해주신 이 말을 내가 되풀이하고 있음을 발견한다. “괜찮다. 괜찮아. 다 괜찮아. 더 좋은 일이 생기려고 액땜한 거란다.” 그리곤 언제나 더 좋은 일이 생긴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말이다.
불행에 대한 걱정을 하려고 하면 끝도 없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처음부터 아무 것도 가지고 있지 않았고, 다 잃어봤자 본전이다. 이미 엎질러진 물 때문에 울 필요는 없다. 그런 고민은 어제의 문제로써 내일의 기회를 망치느라, 오늘의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다. “괜찮아. 액땜한 거야”라는 말을 버릇처럼 사용하면, 모든 일이 순조롭게 풀린다. 무슨 일이 있어도 스스로에게 “괜찮다. 다 괜찮아!”라고 말해라.
쓸데 없는 걱정과 근심은 마음을 갉아 먹는 벌레다. 걱정하는 문제는 걱정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걱정은 말 그대로 걱정일 뿐이다. 걱정도 하면 할수록 눈덩이처럼 더 커진다. 산을 온통 뒤덮는 30cm 두께의 짙은 안개는 물로 치면 한 컵도 안 된다. 그러나 이 미세한 입자들이 도시나 시골 위로 드리우면, 앞이 거의 보이지 않게 된다. 작디작은 초조함의 방울들이 우리 생각을 둘러싸면 우리는 시야를 뺏긴 채 잠겨 버린다. 걱정 한 잔이 딱 그러하다. 근거 없이 두려워하기 때문에 걱정은 안개와 같다. 지나친 근심과 걱정으로 오늘의 중요한 순간을 헛되이 보내지 마라. 낙천적인 마음으로 현재를 즐기는 것이 필요하다.
중세 고명한 성인이 세상을 떠나기 전에 내일을 불안해 하는 제자들에게 편지 한 통을 내주면서 말했다. “곤란한 일이 있을 때 열어봐라. 조금 어렵다고 열어봐서는 안 된다. 정말 힘들 때 열어봐라.” 세월이 흐른 후 수도원에 큰 문제가 생겼다. 모두 머리를 맞대고 의논했으나,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없었다. 제자들은 마침내 성인의 편지를 열어 볼 때가 왔다고 결정하고 편지를 뜯었다.
거기에는 이런 글귀가 적혀 있었다. “불안해 할 필요 없다. 어떻게든 된다.”
참으로 명쾌한 말이다. 근심하지 마라. 받아야 할 일은 받아야 하고, 치러야 할 일은 치러야 한다. 그치지 않는 비는 없다. 누군가 미래를 두려워하면서 잠을 이루지 못한다면 그는 아직 오지도 않은 시간을 가불해서 쓰고 있는 것이다. 예전에 궁핍한 집안살림을 꾸려나간 어머니는 생활비나 대학등록금에 대한 걱정을 하면서도 늘 “산 입에 거미줄 치랴”는 말씀을 하셨다. 그리고 어머니 말대로 미래에 대한 걱정거리는 거짓말처럼 언제나 해결되었다. 돌아가신 어머니 말씀은 언제나 옳았다. 어떻게든 된다. 자신감을 갖고 두려움에 당당히 맞서면 말이다.
◆ 윤경 변호사는…
△사법연수원 17기 △서울고법 판사 △대법원 재판연구관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법무법인(유한) 바른 파트너 변호사 △現 공동법률사무소 더리드(The Lead) 대표 변호사 겸 아하에셋 자산운용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