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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J 새총재 '우에다 가즈오' 유력, 금융완화 기조 바뀔까

박종화 기자I 2023.02.12 14:50:21

제로금리 도입 뒷받침…비둘기파·매파 사이 중간파 평가
경기·물가 상황 따라 정책 변화 속도 정할 듯
'환 투기 우려' YCC 정책엔 부정적 소신 밝혀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의 후임으로 경제학자 출신인 우에다 가즈오 교리츠여대 교수가 내정됨에 따라 BOJ의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에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우에다 내정자는 한동안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이어가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론 정책을 변화시킬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우에다 가즈오 도쿄대 경제학과 명예교수.(사진=연합뉴스)
우에다 내정자는 10일(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나 “현재 경기와 물가를 볼 때 BOJ 정책은 적절하다”며 “(통화) 완화를 계속 추진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 등 일본 언론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우에다 내정자를 차기 BOJ총재로 낙점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차기 총재로 유력하게 거론되던 아마미야 마사요시 현 부총재는 구로다 체제에서 금융정책 운영에 관여했다는 이유로 자리를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에다 내정자는 매사추세츠공과대(MIT)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금융경제 전문가다. 1998~2005년 BOJ 정책위원회 심의위원(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격)을 지냈다. 당시 제로금리와 양적완화 정책 도입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했다. 우에다 내정자가 BOJ 총재가 되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첫 학자 출신 총재가 된다.

우에다 내정자는 매파(물가 안정 선호파)와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파) 중간 정도로 평가된다. 강성 비둘기파로 꼽혔던 아마미야 부총재와 다른 평가다. 일본은행에서 우에다 내정자를 보좌했던 이오누에 데츠야 노무라종합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경기부양파라든지 구조개혁파 같이 어떤 범주로 묶이지 않는 사람”이라고 아사히신문에 말했다.

통화정책에서도 한동안 유연한 기조가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전직 BOJ 간부는 “우에다는 다른 사람 의견을 잘 듣는 타입”이라며 “현상을 제대로 이해할 때까지 반년은 움직이지 않지 않을까”라고 닛케이에 말했다. 우에다 내정자는 지난해 닛케이에 쓴 기고에서도 성급한 금리 인상을 경계했다. 일시적 인플레이션 때문에 금리를 올렸다간 디플레이션(물가 하락)에서 벗어나 2%대 물가 상승률을 유지한다는 정책 목표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우에다 내정자가 점진적인 정책 전환을 시도할 것으로 전망했다. 우에다 내정자는 지난해 닛케이 인터뷰에서 “미래 어느 시점에선 많은 사람이 예상한 것보다 더 오래 유지된 특수한 통화 완화 체제를 신중히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구로다 총재가 추진한 수익률 곡선 통제 정책(YCC·무제한 국채 매입을 통해 10년물 국채 금리를 목표치에 맞추는 정책)에 대해선 환(換) 투기를 부추기고 미세한 정책 전환이 어렵다는 이유로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나카지마 다케노부 노무라증권 수석 금리전략가는 “현재 (통화) 완화 정책을 바로 수정하는 게 아니라 서서히 방향을 바꾸지 않을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의회는 14일 일본은행 총재 후보자가 공식 발표되면 24일 정책 방향을 청취하는 자리를 마련할 계획이다. 우에다 내정자의 정책 기조는 이 자리에서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우에다 내정자가 의회 인준을 받으면 4월 9일 임기를 시작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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