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우 남서울대 유통마케팅학과 교수는 23일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PB 시장 확대가 중소 제조사에 새로운 판로를 열어주는 동시에 부담도 키우고 있다고 진단했다. 대형 유통사의 판매망을 확보한 만큼 공장을 안정적으로 가동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상품 교체 주기가 빨라지면서 과거처럼 장기간 고정적인 매출을 기대하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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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수는 원재료 가격이나 환율이 급등해도 이를 납품단가에 제때 반영하기 어려운 점도 문제로 꼽았다. 제조사가 단가 인상을 요구하고 싶어도 거래 중단이나 공급업체 교체를 우려해 적극적으로 협상하기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그는 “중간에 계약이 끊기는 것과 단가를 올려주지 않는 것, 이 두 가지가 제일 문제”라며 “계약서엔 원재료 변화에 따른 단가 재조정 조항이 있지만 현장에선 안 지키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PB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중소 제조사의 자체 경쟁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대학원장은 “중소 제조사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판로와 물량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PB의 가장 큰 기회”라면서도 “납품단가를 맞추는 데 집중하다 보면 자체 브랜드나 연구개발(R&D)에 신경 쓸 여유가 줄어 장기적으로는 단순 하청 지위로 굳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 원장은 PB가 중소 제조사의 성장 사다리가 되려면 저가 중심의 상품 구조에서도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봤다. 해법으로는 프리미엄 PB 확대와 PB에 제조사 브랜드를 함께 표기하는 공동 브랜드 방식 등을 제시했다. 제조사의 상품 경쟁력과 존재감을 함께 키울 수 있다는 취지다.
제조업체 스스로 협상력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대형 유통사와 개별 중소 제조사 간 협상력 격차를 줄이기 위해 PB 제조업체들이 협의체나 연합단체 등을 만들어 거래조건과 불공정 사례에 공동 대응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서 교수는 “적자인데도 생산·납품하게 하는 건 말이 안 된다”며 “PB 시장이 급격히 커지는 중인 만큼 상생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 역할을 두고는 새로운 규제를 늘리기보다 기존 계약이 제대로 이행되는지를 살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이종우 교수는 장기 계약을 유지하는 유통사와 중소 제조사의 모범 사례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한편, 원재료 가격이 급변할 때 계약에 따른 단가 재조정이 실제로 이뤄지는지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 원장은 결국 유통사와 제조사가 상품 개발 단계부터 함께 이해관계를 맞추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봤다. 그는 “유통사와 중소 제조사가 처음부터 공동 기획을 하고 R&D 역량을 함께 강화해야 한다”며 “그래야 저가 PB를 넘어 고가 PB도 만들 수 있고, 나중에 더 많은 사업 기회도 생긴다”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