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성상품화 룩북' 대한항공 승무원 "유니폼 입기 두려워"

정시내 기자I 2021.12.16 09:14:54
[이데일리 정시내 기자] 한 유튜버가 속옷 차림으로 등장해 승무원 유니폼을 입는 유튜브 룩북 영상을 공개해 승무원 성상품화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대한항공 승무원이 심경을 토로했다.

지난 14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상처다’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사진=유튜브
해당 커뮤니티는 회사 이메일 계정으로 본인인증을 해야 가입이 가능하다. 글쓴이 A씨는 대한항공 소속이었다.

A씨는 “영상과 댓글들이 너무 상처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꿈이었던 대한항공에 어렵게 입사해서 늘 손님 한 명 한 명에게 최선을 다해 서비스했고, 손님 안전 지키기 위해 항상 긴장했다. 행여라도 회사 이미지 실추시킬까 유니폼 입었을 땐 말과 행동을 조심하고 또 조심했다”며 “말도 안 되는 잣대를 들이대며 온갖 것에 컴플레인을 하기 때문에 늘 더 조심했다”고 밝혔다.

이어 “왠 여자가 누가봐도 대한항공을 연상케 하는 유니폼을 입고 속옷 차림으로 스타팅을 신고 인스타에는 다리를 벌리고 있는 사진도 게시했다”며 ‘대한항공 승무원 알몸 상상 가능해졌다’ 등 해당 게시물에 달린 성희롱적 댓글을 언급했다.

이를 두고 A씨는 “성적인 영상을 올린 건 그 여자인데 온갖 희롱은 우리 회사 승무원들이 받고 있다. 10년간 자부심을 가지고 내 회사 유니폼 입고 열심히 일해온 죄밖에 없는데 왜 저런 희롱들을 받아야 하냐”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비행기 탈 때마다 유니폼 입을 때마다 나를 어떤 시선으로 볼지, 저런 댓글 다는 사람들이 속으로는 무슨 상상을 하고 있을지 두렵고 슬프다”고 덧붙였다.

사진=블라인드
유튜버 B 씨는 지난달 2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승무원 룩북 / 항공사 유니폼 코디’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영상은 총 8분 16초 분량 B씨는 속옷만 입은 모습으로 등장해 스타킹을 신고 승무원 유니폼을 입는 모습을 영상에 담았다.

‘룩북’(look book)은 모델, 사진작가, 스타일리스트가 여러 옷을 보여주기 위한 사진 혹은 영상 모음을 말한다. 보통 이달의 패션 혹은 계절에 맞는 패션을 선보인다.

하지만 B씨는 속옷 차림으로 등장해 의자에 다리를 올리고 스타킹을 신는 모습을 보여주고 패션이 아닌 따로 유니폼을 구매해 영상을 촬영해 ‘특정 직업군을 성 상품화 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한편으로는 “남자 룩북은 웃통 까고 속옷만 입던데 무슨 상관이냐”, “예쁘기만 하다. 뭐가 문제냐”는 응원 댓글도 달렸다.

대한항공 측은 “해당 유튜버 및 채널에 지속해서 영상 삭제를 요청하고 있으며 법적 조치도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해당 영상 게시를 불법행위로 보기는 어렵고 승무원 등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처벌하기도 어렵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B씨는 성희롱적 악성 댓글에 법적 대응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그는 “영상이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악의적인 제목 및 내용으로 게시됐고 해당 게시글에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내용 및 모욕적인 표현이 담긴 수천 개의 악성 댓글이 작성됐다”며 법적 대응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