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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정부 “낙태금지법은 명백한 위헌”
9일(이하 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법무부는 이날 텍사스주 오스틴의 연방지방법원에 텍사스주를 상대로 한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텍사스가 이달 1일부터 일명 ‘심장박동법’이라고 불리는 낙태제한법 시행에 들어간 지 8일만이다. 이 법은 낙태 금지 시기를 기존 20주에서 태아 심장박동이 감지되는 시기인 6주 이후로 앞당기는 것이 골자다. 임신 6주 이후에는 근친상간이나 성폭행 등으로 인한 임신의 경우에도 낙태를 할 수 없도록 했다. 사실상 낙태금지법이라는 평가다.
법무부는 30장 분량의 소장에서 텍사스주의 낙태금지법이 헌법에 대한 명백한 위헌이라며, 낙태 시술을 아주 어렵게 만들어 텍사스주 여성들의 헌법적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해당 법을 무효로 하고 주 당국은 물론 해당 법에 따라 낙태에 대한 법적 대응에 나서는 개인들을 막아달라고 요청했다.
메릭 갈런드 법무부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가는 어떤 여성도 (태아가 자궁 밖에서) 생존할 수 있는 시기 이전에 임신 중절을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침해할 수 없다는 것이 헌법에 명시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랫동안 견지돼 온 대법원 판례하에서 명백히 위헌”이라며 “미국 정부는 어떤 주(州)에서도 개인의 헌법적 권리를 박탈할 수 없도록 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미국의 헌법을 무효화하려는 이런 식의 시도는 정치적 성향이 어떻든 모든 미국인이 두려워해야 하는 것”이라며 “이번에 승리하면 다른 주들이 다른 분야에서 모델로 삼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미국 내 대표적인 보수 지역인 텍사스가 낙태금지법을 제정하면서 정치적 성향이 비슷한 다른 주에서도 유사 법안 마련에 나서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앞서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 전역의 최소 7개 주의 공화당 관리들은 텍사스 주의 법안을 반영하기 위해 주법을 바꿀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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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주, 법 제정 과정에서 빠져나갈 구멍 만들어
다만, 텍사스주의 낙태금지법은 이같은 법적 소송까지 염두에 두고 만들어졌다고 WP는 짚었다.
해당 법은 시행 권한을 주 당국이 아닌 개인에게 넘김으로써 당국이 책임을 피할 수 있도록 했다. 통상 이런 소송에서는 주 당국이 소송의 대상이 되는데 텍사스주는 애초 여기서 뒤로 빠져 있을 수 있는 장치를 만든 셈이다.
수술을 받는 여성이 아니라 낙태를 돕는 모든 사람들을 대상으로 개인이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한 점도 교묘하게 위법성 논란을 비껴갈 수 있도록 조치한 부분이다. 낙태 클리닉 의사와 종사자를 비롯해 돈을 빌려주거나 임신부를 병원에 데려다 주는 택시 기사까지 낙태와 관련된 모든 이들에 대해 개인이 소송을 낼 수 있도록 하고 이길 경우 1만달러(약 1170만원)를 받도록 한 것이다.
앞서 12개 주에서도 임신 6주 이후의 낙태를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으나 연방법원에서 막힌 바 있다. 텍사스만이 연방법원의 문턱을 넘은 것은 이러한 조치들 덕분이다.
텍사스주의 낙태금지법에 대한 법무부 소송의 결과는 1973년 이후 미국에서 낙태권과 관련 ‘원칙’으로 통용되고 있던 ‘로 대(對) 웨이드’ 판결을 뒤집을 수 있는 계기로 주목되고 있다. 당시 대법원은 임신 22∼23주 이전에 여성이 낙태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헌법에 규정된 ‘적법절차 조항에 의한 사생활의 헌법적 권리’로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