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광주에 있는 금속가공업체 A사에서 일하는 파키스탄인 아메드 모쿠바(35)씨는 오는 29일 1년여만에 고국을 찾는다. 아직 아이가 없는 그는 2개월이 조금 넘는 이번 추석 특별 휴가 기간을 이용해 아이를 가질 계획이다. 고향을 찾아 아내를 만날 생각으로 그는 벌써부터 가슴이 설렌다고 했다.
A사 대표 서모(54)씨는 “2000년부터 외국인 근로자의 본국 방문을 위한 지원을 15년간 해왔지만 올해는 업황이 어려워 아무래도 부담이 크다”면서도 “이번 추석에도 소액이지만 외국인 근로자에게 소액의 상여금을 지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명절 보너스나 본국 휴가와 같이 그간 계속해왔던 지원을 끊을 수도 없고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직원의 사기 진작과 생산성 향상을 위해 외국인 근로자들에 대한 처우 개선에 힘쓰고 있지만 어려운 경기사정이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1일 발표한 ‘2015년 중소기업 추석자금 수요조사 결과’에서도 응답기업의 44.4%는 지난해 추석 대비 자금사정이 곤란하다고 답했다. 주된 이유는 경기 둔화에 따른 매출감소였다. 임승종 중기중앙회 외국인력실장은 “외국인 근로자 쿼터 확인을 위해 매년 상시적으로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있지만 올해는 유독 매출 감소와 대기업들의 거래처 변경 등으로 인해 어렵다는 목소리가 많이 들려오고 있다”며 “경기가 어려워 외국인 근로자를 쓰는 데도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기업들이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추석 연휴기간 공장 가동률도 크게 줄었다. 경기도 소재 부품업체 B사 관계자는 “지난해보다 가동률이 절반 아래로 떨어져 사실상 연휴 기간에는 공장을 멈추는 편이 낫다”면서도 “이번 명절에 공장 가동을 멈추고 전원 10월까지 휴가를 줄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경기 침체로 인해 명절 동안 갈 곳이 없는 외국인 근로자의 사기진작을 위해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열던 행사는 지방자치단체와 비영리단체 중심으로 전환되는 추세다.
안산이주민센터는 오는 27일 그간 중국·북한·고려인을 대상으로 했던 추석행사를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이주민들에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강희숙 안산이주민센터 교육팀장은 “설날 또는 추석과 같은 명절을 챙기지 않는다 하더라도 명절을 맞는 외국인 근로자들은 소외감을 느끼기 쉽다”며 “외국인 근로자들이 함께 모여 명절을 즐길 수 있도록 서로 소통하고 화합을 다지는 행사를 마련하는 것이 사기 진작과 소통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행사 취지를 설명했다.
한국외국인력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사단법인 지구촌사랑나눔도 서울시와 공동으로 26일 추석행사를 준비하기로 했다. 외국인력지원센터 관계자는 “서울시민과 외국인 근로자·이주민 누구나 참여해 동물원 나들이와 함께 명절을 즐길 수 있도록 행사를 준비했다”고 전했다.
창원외국인력지원센터도 지난 20일 명절 맞이 행사와 연계한 ‘어울림 한마당’ 행사를 열어 각국의 공연과 장기자랑 등을 진행했다. 창원센터에 따르면 이날 행사에는 1250여명의 외국인 근로자가 참여한 것으로 집계된다. 센터 관계자는 “창원 관내 2000여명의 외국인 근로자의 절반이 참여할 만큼 반응이 좋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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