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방송 보러와" 달콤한 유혹…친분 쌓아 돈 뜯는 'BJ 피싱'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김현재 기자I 2026.07.27 05:45:03

Google 검색에서 이데일리 기사를 더 자주 볼 수 있습니다.

가짜 개인방송 플랫폼에서 후원 미끼로 현금 편취
로맨스 스캠 등 기존 피싱범죄와 유사 패턴
해외 서버·대포통장 사용 등 일선 경찰서 수사에 난항
관련 사기 급증에도 방미심위 조치는 연 3건 불과

[이데일리 김현재 기자 강민혁 수습기자] 서울 송파구에 거주하는 자영업자 이모(36) 씨는 지난 5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통해 한 통의 메시지를 받았다. 자신을 인터넷방송 BJ라고 소개한 김해원(26·가명) 씨는 일주일간 이씨의 안부를 묻고 일상생활 사진도 찍어 보냈다. 다정다감한 김씨의 태도에 이씨는 경계심을 풀고 서서히 마음을 열어갔다.

김 씨는 이 씨에게 자신이 진행하는 방송을 보러올 것을 권유하며 ‘야옹티비’라는 인터넷 방송 플랫폼 링크를 보냈다. 처음 들어본 플랫폼 이름에 접속을 망설였지만 김씨의 은밀한 권유를 뿌리칠 순 없었다. 방송을 시청하지 않으면 김씨와의 관계가 끊어질 것만 같았다.

김씨는 방송 시청을 위한 시청권이 필요하다며 이씨에게 플랫폼 내에서 사용하는 500만 캐시를 송금했다. 김씨는 캐시를 실수로 너무 많이 보냈다며 일부를 돌려달라고 했다. 플랫폼 담당자는 대포통장 계좌로 수십만원씩 지속 결제를 유도했다. 이씨는 100만원을 송금하고 나서야 사기라는 점을 눈치챘다. 현재 야옹티비 사이트는 접속이 불가능한 상태다.



이모(36) 씨가 사기를 당했던 '야옹티비' 사이트의 모습. 실제 인터넷 방송 플랫폼과 다를 바 없지만, 해당 방송들은 모두 시청이 불가능한 가짜다.(사진=독자 제공)
이모(36) 씨가 사기를 당했던 '야옹티비' 사이트의 모습. 실제 인터넷 방송 플랫폼과 다를 바 없지만, 해당 방송들은 모두 시청이 불가능한 가짜다.(사진=독자 제공)
인터넷 개인방송 BJ 후원을 빙자한 신종 피싱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성에게 SNS 등을 통해 접근해 도용한 가짜 인터넷 방송 사이트를 알려주고 사이버머니를 지급한 뒤 각종 명목으로 금전을 빼았는 신종 사기 수법이다. SNS 활용과 개인방송 시청에 익숙한 2030세대가 주 피해 연령대다. 호감형 외모의 인물을 사진으로 내세워 피해자들과 친밀한 관계를 쌓고 공감, 연민 등을 이용해 송금을 유도한다는 점에서 로맨스 스캠과도 유사하다.

서울 강동구에 거주하는 새내기 대학생 표모(20) 씨도 지난 4월 가짜 인터넷 BJ 사기에 속아 50만원의 피해를 입었다. 해당 사이트가 노래를 부르며 시청자와 소통하는 인터넷방송 플랫폼처럼 꾸며져 있어 미처 의심하지 못했다고 표씨는 말했다.

경찰들도 이같은 신종 사기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울의 한 경찰서에 근무하는 수사관은 “해당 사이트들이 대포통장과 대포폰을 사용하는 것이 기본”이라며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어 일선 경찰서에서는 추적이나 수사가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소위 ‘BJ 피싱’은 범죄의 시작만 다를 뿐 기존의 피싱범죄와 유사하게 이뤄지고 있다. 사기에 이용하는 방송 사이트들이 도메인 추적이 불가능하거나 일회용 서버를 사용해 수사기관이 추적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은 것도 이 피싱 사기의 특징이다.

문제는 관계 당국이 신종 피싱에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사 사건이 발생한 후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방미심위)도 지난해 주의를 당부했지만 사이트 차단 건수는 약 1년간 3건에 불과했다.

이훈기 의원실(더불어민주당)이 방미심위로부터 받은 ‘가짜 인터넷 개인방송 후원 사기 관련 사이트 차단 건수 현황’ 자료에 따르면 개인방송 관련 사기정보에 대한 시정요구 현황조차 관리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의원은 “방미심위와 플랫폼 사업자는 가짜 개인방송 후원 사기 등 신종 디지털 사기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보다 신속한 차단과 재발방지 조치를 마련해야한다”며 “국민들의 온라인 사기 피해를 줄이기 위한 제도 개선 필요성을 적극 점검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기사 AI가 핵심만 딱!
애니메이션 이미지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