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러를 통해 자동차를 판매하는 방식은 1908년 포드의 ‘모델 T’가 대량생산되면서부터 시작됐다. 제조업체는 지역별로 자동차를 광고하고 판매하는 대신 독립 딜러 업체에 이를 맡겼다. 딜러 회사들은 지역 스포츠 경기와 모금 행사 등을 후원하는 동시에 자신들의 이익을 보호받을 수 있는 법률 도입을 추진하며 영향력을 키웠다. 자동차 제조업체가 직접 판매 사업을 하는 것을 제한하고 새로운 경쟁자가 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어렵게 만드는 프랜차이즈법이 대표적이다.
미국의 오랜 자동차 딜러 문화가 변화를 맞은 건 인터넷 시대가 열리면서다. 인터넷은 자동차 가격을 투명하게 만들어 딜러의 협상력을 떨어뜨렸고, 이는 딜러의 이윤 감소로 이어졌다.
전기차 제조업체 테슬라의 등장도 딜러 업체들에 타격을 입혔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딜러를 통하지 않고 직접 자동차를 판매하는 매장을 운영하기로 하면서다. 머스크는 온라인 판매 전략을 이용해 프랜차이즈법을 피함으로써 ‘노 딜러’ 자동차 판매에 성공했다. 이러한 전략은 리비안, 루시드 등 다른 전기차 업체들도 속속 도입하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되면서 딜러들은 잠시 호황을 맛보기도 했다. 자동차 제조공장이 폐쇄되고 재고가 줄어들면서 신차 가격이 오르고 딜러의 수익성이 좋아진 것이다. 전미자동차딜러협회(NADA)에 따르면 미국 자동차 딜러들의 지난해 세전 이익은 전년 대비 48% 증가한 210만달러를 기록했다.
다만 이같은 현상은 지속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컨설팅 업체인 라이케스그룹의 마크 라이케스 CEO는 WSJ에 “재고가 다시 늘어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신차 딜러들은 예전과 같은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따라 자동차 딜러 업체들도 온라인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콕스 오토모티브가 지난 2월 딜러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4분의 3은 강력한 온라인 서비스 없이는 생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답했다.
오리건주에 본사를 둔 리시아 모터스는 소비자가 자동차 견적을 받고 대출 서류를 준비하는 등의 업무를 할 수 있는 웹사이트 ‘드라이브웨이’를 선보였다. 미국 최대 자동차 딜러 체인인 오토네이션은 오는 2026년까지 130개 중고차 매장을 열 계획인데, 이 매장들은 소비자들이 온라인으로 구매한 차량을 픽업하는 역할을 할 전망이다. 오토네이션은 중고차를 시작으로 신차 판매에도 점차 이같은 방식을 도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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