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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벽두 `애플 쇼크`..체질 개선 나선 韓부품 공급사

양희동 기자I 2019.01.06 13:38:47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미국 애플이 새해 첫 분기 실적 전망치를 최대 10% 가량 대폭 하향하면서 아이폰에 메모리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카메라모듈 등을 공급하는 국내 기업들이 비상이 걸렸다. 애플은 지난해 11월 아이폰 생산량을 기준 ‘3분의 1’ 수준까지 줄인다고 예고한데 이어 실적 악화가 현실화되면서 부품 수요 감소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삼성전자(005930)와 삼성디스플레이, SK하이닉스(000660), LG이노텍(011070) 등 부품 공급사들은 새해 벽두에 터진 ‘애플 쇼크’에서 벗어나기 위해 포트폴리오 다변화 등 새해 사업 전략 수립에 나서고 있다.

◇中경기 하락 속 아이폰 위기…메모리·디스플레이·모듈 등 직격탄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2019년 첫 회계분기(2018년 4분기) 매출 전망(가이던스)을 기준 890억~930억 달러(100조~105조원)에서 840억 달러로 5.6~9.7% 낮췄다. 애플은 앞서 지난해 하반기 출시한 △아이폰XS △아이폰XS맥스 △아이폰XR 등 신제품 3종의 판매 부진으로 인해 생산 주문을 삭감한 바 있다. 여기에 아이폰의 주요 수요처인 중국의 경기 부진까지 겹쳐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선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SK하이닉스, LG이노텍 등이 메모리 반도체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 카메라 모듈 등을 애플에 공급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고점 논란이 계속되며 새해 업황 악화 우려가 커지고 있는 메모리 분야는 최근 몇년 간 스마트폰 등 모바일용 D램과 낸드플래시의 채용량 증가가 성장세를 이끌어 왔다. 특히 아이폰은 고용량·고사양 메모리가 들어가기 때문에 국내 메모리 업체에게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모바일용 D램 및 낸드플래시의 비중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양사 모두 30~40%에 달한다.

한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아이폰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위상을 감안하면 새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OLED패널을 사실상 독점 공급하고 있는 삼성디스플레이도 애플 쇼크가 향후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모바일용 OLED시장 점유율이 95% 이상인 삼성디스플레이는 주요 OLED 공급처인 아이폰의 판매가 부진이 부담일수 밖에 없다. 여기에 글로벌 카메라 모듈 시장 세계 1위로 듀얼 카메라 및 3D센싱 모듈 등을 아이폰에 공급하는 LG이노텍도 높은 애플 의존도로 탓에 수익성 악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부품 공급사 CEO들 새해 전략 수립 나서

우리 기업들은 애플 쇼크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고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기 위한 전략 수립에 고심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4일 직접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을 찾아 DS(디바이스 솔루션) 부분과 삼성디스플레이 경영진과 간담회를 갖고 사업 전략을 논의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김기남 DS부문 부회장과 진교영 메모리사업부장 사장, 정은승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 강인엽 시스템LSI사업부장 사장,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 등 부품 분야 경영진이 모두 참석했다.

이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정체를 극복할 수 있는 지속적인 기술 혁신과 함께 전장용 반도체, 센서,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등 시스템 반도체 사업 경쟁력 강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메모리 치중현상을 해소하고 비(非)메모리 분야 역량 강화 및 수요 창출을 주문한 것이다. 또 SK하이닉스는 신임 CEO(최고경영자)인 이석희 사장이 신년사를 통해 “EUV(극자외선)를 포함한 핵심 공정 기술과 요소 기술을 확보하고, 빅데이터 관련 기술도 선제적으로 반영하는 등 끊임없이 구조적 변화를 추진해 나가야한다”고 밝혔다.

LG이노텍도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LG화학 정보전자소재사업본부장을 역임한 소재부품 전문가인 정철동 사장을 신임 CEO(최고경영자)로 임명했다. 정 사장은 새해엔 카메라 모듈 등 광학솔루션 분야에 치우친 사업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열전 반도체와 전장 부품, UV LED(자외선 발광다이오드) 등 신사업 육성 강화로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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