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최근 기업들은 ‘디지털 격변’과 ‘세계 무역질서의 변화’ ‘반기업정책’ 등 3중고에 시달린다. 글로벌 경제전략을 재편하고 내부 혁신을 발빠르게 모색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전 세계 자동차 수요가 줄어들면서 BMW코리아가 사상 최대 영업적자로 충격을 안겼고, 디지털 기술은 시종일관 기업의 위기를 촉발한다. 불과 3~4년 전만 해도 이마트가 쿠팡 때문에 시달릴 것이라고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최근 서울 중구 통일로 KG타워에서 만난 김경준(56) 딜로이트컨설팅 부회장은 기업도 시대의 변화에 발맞춘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주 52시간제 시행과 같은 국내의 정책은 어떻게 할 수 없는 변수이지만, 디지털 기술과 국제무역환경의 변화는 내부 전략 수립으로 극복이 가능하다”며 “기업 특성에 맞는 새로운 디지털 전략을 수립하고 인력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위기를 극복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삶의 본질·디지털 트렌드 균형 맞춰야
21세기는 영역을 불문하고 매일 변화가 일어나면서 아날로그 구(舊)질서가 퇴보하고 디지털 신(新)질서가 형성되는 격변의 과정에 있다. 한 세대 전의 슈퍼컴퓨터보다 수백 배나 성능이 뛰어난 스마트폰은 이제 개인의 일상용품이 됐다. 지구 반대편을 여행하는 친구와 실시간으로 대화하고 사진을 주고받을 뿐 아니라,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제작해서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공유하는 1인 미디어 시대까지 왔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는 수천 년 전에 쓰인 ‘성경’ ‘논어’ 등을 읽으면서 공감하고 삶의 지침을 얻는다.
“불과 5년 사이에 디지털과 인공지능이 현재와 미래에 큰 화두가 됐다. 세상이 각기 다른 현상을 이루고 있지만 본질은 모두 일맥상통한다고 본다. 핵심적인 사안을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통찰력’이 있어야 현실의 문제점들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대처할 수 있다. 통찰이란 곧 ‘자신만의 관점을 가지는 것’이다. 변치 않는 삶의 본질과 디지털 트렌드의 양자균형을 잘 맞춰가는 삶의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서울대 농경제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한 김 부회장은 딜로이트 컨설팅 대표이사와 딜로이트 경영연구원장을 역임했다. 대표이사로 재직할 당시 자신만의 방식으로 소통하고자 사내 임직원들에게 ‘MP(Managing Partner)의 편지’를 보냈다. ‘프랑스 레스토랑과 순대국밥집’을 비교하면서 수익성의 확보를 설명하거나 초밥·디지털·김밥의 관건은 ‘재고관리’라고 말하는 등 흥미로운 소재로 통찰력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는 편지였다. 이 편지들을 모아서 2014년 ‘통찰로 경영하라’를 냈고 최근 이 책의 개정판인 ‘세상을 읽는 통찰의 순간들’(원앤원북스)을 펴냈다.
“책을 다시 내기까지 그동안 많이 달라진 건 ‘디지털 격변’이다. ‘글로벌 앤 디지털’의 흐름은 향후 30년은 지속될 전망이다. 젊은 세대가 삶을 주도적으로 살기 위해서는 영어와 컴퓨터 활용능력을 기초체력으로 키운 상태에서 자신의 관심사를 펼쳐나가야 한다.”
△메가트렌드 ‘유튜브’…밀레니얼 세대에 맞는 접근 필요
최근 메가트렌드로 급부상한 ‘유튜브’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1990년 앨빈토플러가 ‘권력이동’이라는 책을 썼다. 아날로그 권력의 종언을 선언하고 디지털 권력으로 이전되는 과정을 가장 잘 나타내는 것이 유튜브다. 디지털 시대 권력이동의 핵심은 개인의 확장이다. 조직의 힘보다도 역량 있는 개인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젊은이들이 협소한 시야에 빠지지 말고 폭넓은 시각으로 디지털 세계를 향해 나아갔으면 한다.”
각종 산업에서 주요 소비층으로 떠오른 것이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 사이에 출생한 세대)다. ‘2018 딜로이트 글로벌 서베이’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는 개인적인 가치를 우선시하고 일상적인 영역에서도 자기개발에 신경을 쓰는 경향이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밀레니얼 세대의 단점을 조직의 관점에서 튜닝하고 장점을 어떻게 에너지화시키는지가 21세기 리더십의 과제다. 이들에게 업무지시를 할 때도 선택지를 가능한한 많이 주고 스스로의 선택에 대해 책임지도록 해야한다. 가령 팀 프로젝트를 할 때 여러 명의 매니저를 정해놓고 원하는 매니저를 선택해 팀에 들어가도록 했더니 원활하게 업무가 돌아가더라. ‘자유와 책임’에 기반해 밀레니얼 세대를 이끌어가도록 조직문화의 지향점을 설정해야 한다.”
김 부회장은 새로운 세대가 성공적인 미래를 열어가려면 본질과 트렌드를 모두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는 “세상은 언제나 변하고 새로운 세대는 언제나 들어온다”며 “좋은 교육 환경에서 성장한 요즘 세대들이 세상의 본질을 통찰하고 트렌드를 리드하면서 개인의 미래를 열어갔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