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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노후자금’을 해외 사모펀드에?…이지스운용 인수전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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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은 기자I 2025.12.07 13:34:10

중국계 힐하우스, 이지스 인수전에 1.1조 베팅
본입찰보다 가격 올려…‘몸값 부풀리기’ 의혹
당국 심사 넘을까…외국계 사모펀드 불신 팽배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이지스자산운용 인수전에 중국계 사모펀드(PEF) 힐하우스인베스트먼트가 뛰어들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힐하우스가 무리한 가격 경쟁을 부추기고 있는 데다 국내 최대 부동산 자산운용사가 중국계 자본으로 넘어할 경우 기업가치 훼손이나 시장 교란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사진=이지스자산운용)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힐하우스는 최근 이지스운용 인수 희망 가격으로 1조 1000억원 안팎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생명은 9000억원 중반대, 흥국생명은 1조 500억원 수준을 각각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힐하우스는 당초 본입찰 단계에서 9000억원 중반을 써냈으나 이후 인수 가격을 대폭 상향 조정했다. 매각 주관사인 골드만삭스·모건스탠리가 흔히 경매 호가 입찰이라 불리는 ‘프로그레시브 딜’ 방식을 도입해 후보자들 간 가격 경쟁을 붙이면서 몸값 부풀리기에 나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힐하우스의 인수 완주 의지에도 물음표가 찍힌다. 힐하우스는 주로 벤처투자나 소수지분 투자에 주력해 왔으며 경영권 인수 행보는 흔치 않다는 점에서다. 주관사가 힐하우스를 미끼로 삼아 이지스운용 몸값을 올리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힐하우스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최종 선정되더라도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심사 과정에서 재무 건전성, 사회적 신용, 자금 조달 방식의 투명성 등을 검토하는데 외국계 사모펀드라는 점에서 보다 까다로운 심의가 예상된다. 단기 투자자금 회수를 목표로 하는 사모펀드 특성상 기업의 재무 건전성을 해칠 수 있다는 불신이 깔려 있어서다.

실제 힐하우스는 지난 2023년 국내 바이오디젤 시장점유율 1위 업체 SK에코프라임을 인수한 뒤 과도하게 배당금을 챙긴 이력이 있다. 인수 이듬해인 2024년 순이익은 160억원에 불과했으나 배당금은 700억원을 거머쥐었다.

특히 이지스운용에는 공적자금이 대거 투입된 만큼 해외 자본에 넘어가는 데 대한 경계론이 커지고 있다. 이지스운용은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 각종 공제회 등 국내 주요 기관 자금으로 성장해 왔다. 해외 사모펀드가 경영권을 쥔다면 국내 금융·부동산 정책 기조와 충돌 가능성이 점쳐진다. 일각에서는 ‘국민 노후자금’을 중국계 자본에 믿고 맡길 수 있느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국내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중국 자본의 국내 부동산 침투력이 높은 상황에서 이러한 현상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최근 외국인의 부동산 자금 출처 심사를 강화하는 등 외국인 투기를 차단하겠다는 정부의 기조와도 배치된다.

업계 관계자는 “이지스운용 대주주 측도 매각 초반에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고려해 해외 매각엔 큰 비중을 두지 않는다는 입장이었던 것으로 안다”며 “가격 면에서 힐하우스가 가장 앞서고 있지만 최종 인수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힐하우스는 중국 출생의 싱가포르인 장 레이가 2005년 미국 예일대 기금을 받아 창업한 회사다. 중국 텐센트와 바이두에 초기 투자하며 큰 성과를 올렸으며 중국 자금을 상당 부분 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도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컬리, 크래트폰의 초기 투자자로 이름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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