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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윤재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석좌교수는 최근 서울대 연구실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이달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학자 대회가 한국 경제학계의 세계적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오는 18일부터 22일까지 5일간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학자대회는 세계계량경제학회가 5년에 한 번 개최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경제학 학술대회로 각국 노벨상 수상자와 경제 리더가 참여하는 세계적 행사다.
황 교수는 “2014년 세계수학자대회에서 한국의 젊은 수학자들을 세계 무대에 소개하는 기회가 10년 후 허준이 교수 필즈상 수상의 밑거름이 된 것처럼 이번 세계경제학자대회 개최가 향후 노벨경제학상 배출을 위한 초석이 될 것”이라고 했다.
황 교수는 장용성 금융통화위원회 위원과 함께 세계경제학자대회를 한국에 유치한 일등 공신으로 꼽힌다. 2022년부터 현재까지 꼬박 3년을 대회 조직위원회 공동 의장으로서 대회 개최를 위해 힘써왔다.
서울에서 대회를 유치하게 된 배경에 대해 황 교수는 “우리 연구 수준이 많이 올라온 영향이 컸고 K팝과 같은 한국 문화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덕도 봤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황 교수와 일문일답.
-이번 대회를 노벨경제학상의 초석으로 보는 이유는.
-노벨경제학상은 시간이 걸린다. 자기 이론을 많은 사람들이 다 쓰려면 표준이 돼야 하고, 그러려면 검증이 되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 경제학 네트워크도 중요하다. 미국의 학문의 중심, 네트워크의 중심이다 보니 데이터의 활용도 높고 홍보도 되고 인정도 받는 경향이 컸다. 이번 대회 개최가 이런 네트워크를 활성화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본다.
-다른 나라에서와 달리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세션이 있는지.
“이번 대회에서는 학술 연구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관심 가질만한 특별 세션도 준비했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기본소득과 사회안전망, △고령화와 한국 경제, △초고령화 사회의 거시경제정책, △북한 경제와 통일 등 한국은행을 비롯한 국내외 분야별 저명한 경제학자들이 연구 결과를 발표한다.”
-‘한국형 기대인플레이션’ 만든다고 하셨는데 현재 진행 상황은 어떻게 되나.
“2022년부터 연구를 시작해 현재도 진행 중이다. 연구 당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심했는데 한국은행에서 발표한 인플레 지수는 즉각적인 반응을 하지 않았다. 미국도 마찬가지였다. 자세히 살펴보니 지표 자체가 시차가 있었다. 그래서 ‘좀 더 실시간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게 있으면 좋겠다’는 게 개발 동기였다. 연구를 하다 보니 뉴스 기사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나오는 정보를 넣어서 맞춰보니 인플레이션 값이 훨씬 더 잘 맞았다.
이런 인플레이션 모형 개발을 한은에서도 하고 있는 걸로 아는데, 저도 이와 유사하거나 더 나은 모델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데이터 확보가 문제다. 언론사나 포털과 협업하면 더 좋을 것 같다. 일본 동경대 경제학과에서는 스타트업을 만들어서 닛케이와 협업해 ‘동경대 닛케이 지수’를 만들었다. 이 지수를 기업 등이 구독해 수익을 내고 있다.”
-한미 관세 협상이 마무리 됐는데, 이로 인한 우리 경제와 세계경제 전망은.
“미국의 관세정책은 지속가능성이 없는 정책일 수밖에 없다. 미국의 재정 적자가 워낙 심해 관세 정책으로 충당하려고 하지만 이는 단기적인 효과에 그칠 것이다. 지금의 관세정책은 보호무역의 회귀이고 전체 교역을 위축시키는 것, 국제 분업의 이득을 포기하는 것이다. 모든 나라가 연결돼 있기 때문에 결국 상호관세는 지속할 수 없는 정책이다.
결국 나중엔 미국에 수출하지 않으려고 할 수 있고 수출 다변화, 중국으로의 수출 쏠림 등으로 중국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도 있다. 관세가 하반기엔 미국 소비자들의 부담으로 고스란히 돌아갈 것이다. 올해까지는 버틴다고 해도 내년부터는 관세로 인한 부작용을 미국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한국의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처럼 저성장이 장기화할 것이란 우려가 크다. 저출산 고령화 문제에 대한 교수님의 해결책이 있다면.
“교육, 고용, 주거, 사회문화 전반에 걸친 종합적 개혁이 필요하다. 프랑스는 출산과 육아에 관련된 예산은 국내총생산(GDP)의 5% 이상이여야 한다는 것을 규정으로 하고 있다. ‘아이는 국가가 키울 테니 아이를 낳기만 하라’는 사회적인 책임이 강화돼야 한다.
고령화 사회에서는 기업의 재고용이 필수적이다. 한국 사회에서는 아직 고용 유연화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고, 정년 연장을 하면 기업에는 부담이 된다. 현실적으로는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퇴직한 직원을 재고용하면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퇴직 후 일정 조건 하에 재고용을 추진하는 방식이 기업 운영에도 유리하고, 노동 시장에도 지속 가능한 방식이고 연금문제도 해결책이 될 수 있다.
-학자로서 최종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
“개인적인 꿈은 제가 고민하고 축적한 연구 성과가 다음 세대의 학자들에게 출발점이 돼 오랫동안 후속세대의 새로운 연구에 활용되는 것이다. 사회적 의미에서의 꿈은 제가 기여한 이론이나 방법이 실제 경제정책이나 사회적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쳐, 세상을 보다 더 정확하게 이해하고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이다.”
황 교수는…
1960년생인 황 교수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같은 학교에서 석사 학위를 받고 미국 예일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국내 대표 계량경제학자다. 계량경제학 가운데서도 경제모형 설정 때 연구자의 자의적 가정을 최대한 배제하는 비모수적 추론법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쌓았다. 국내 대학 교수로는 유일하게 세계계량경제학회 종신 펠로(fellow·석학회원)로 선출됐다. 2015년 한국계량경제학회장, 2018~2020년 서울대 경제연구소장 등을 지냈다. 2020년에는 탁월한 학문적 업적과 국제적 명성을 인정받아 서울대 석좌교수로 선정됐다. 2023년에는 제53대 한국경제학회장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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