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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인]"여기 다 있네"…英 런던행 택하는 글로벌 VC들

김연지 기자I 2024.09.03 10:51:25

딥테크 스타트업 성지로 떠오른 런던
스위스 레달파인, 런던 지사 설립
美 클린에너지벤처스도 런던 합류
日 TDK벤처스도 유럽 진출차 런던행

[런던=이데일리 김연지 기자] “지금 (유럽에) 지사를 설립한다면…런던이죠.”

최근 현지에서 만난 자본시장 한 관계자는 ‘유럽 진출을 위해 지사를 설립한다면 어디에 하겠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브렉시트 직후에는 투자사들이 프랑스 파리와 독일 베를린으로 향하는 양상을 띠었으나, 최근 기술 인재가 몰리며 스타트업 생태계를 견고하게 다지고 있는 영국 런던에 자본시장 관계자들 관심이 커졌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실제 실탄을 장전한 글로벌 벤처캐피탈(VC)들은 유럽의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하기 위해 영국으로 속속 진출하고 있다. 대부분이 유럽 펀드를 결성한 직후 런던에 지사를 세우며 스타트업 발굴 및 투자 의지를 드러내고 있고, 유럽 진출을 희망하는 아시아 기반의 대기업 CVC까지 영국 런던에서 첫 발걸음을 내딛는 모습이다.

(사진=셔처스톡 갈무리)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스위스 기반의 벤처캐피털(VC) 레달파인은 최근 영국 런던에 지사를 설립한다고 밝혔다. 이는 회사가 1억 5130만파운드(약 2664억원) 규모의 유럽 펀드를 결성한 직후 이뤄진 발표로, 레달파인은 해당 펀드로 15개~20개의 초기 유럽 스타트업에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레달파인은 지난 2006년 설립된 스위스 기반의 VC로, 주로 딥테크 분야에 중점적으로 투자한다. 회사는 스위스 취리히 외에도 독일 베를린과 미국 실리콘밸리에 지사를 두고 있으며, 대표 포트폴리오는 스웨덴의 핀테크 데카콘(decacorn·기업가치 10조원 이상인 비상장 기업) 클라르나와 독일 인터넷은행 N26, 영국 배양육 개발사 언커먼 등이 있다.

레달파인이 영국에 돌연 지사를 설립한 배경으로는 영국에서 기술력이 뛰어난 스타트업들이 속속 탄생하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영국 대학교 연구실에서 스핀오프한 딥테크 스타트업들은 실제 유럽 VC들의 러브콜을 한몸에 받고 있다. 회사 측은 “영국의 딥테크 산업은 지난 몇 년 사이 두드러지게 성장했다”며 “투자할 스타트업을 직접 현장에서 발굴하고 이들을 맞춤지원하기 위해 지사 설립을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에 지사를 설립한 건 레달파인만이 아니다. 지난 5월 미국의 기후테크 VC인 ‘클린에너지벤처스’는 유럽 스타트업 투자를 위해 2억8100만유로(약 4163억원) 규모의 관련 펀드를 결성한 후 영국 런던에 지사를 설립했다. 최근 몇 년 사이 유럽 전역에 걸쳐 기후기술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기술 인재가 몰리고 있는 영국에 지사를 설립해 관련 투자를 유럽 전역으로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이 밖에 일본 전자부품제조 대기업 TDK 산하 VC인 TDK벤처스는 최근 런던 지사를 이끌 시니어급 관계자 세 명을 고용하는 등 준비 작업에 나섰다. TDK벤처스는 초기 스타트업에 집중 투자하는 VC로, 대표 포트폴리오는 자율주행 모빌리티 스타트업 스타쉽과 헬스테크 기업 엑소, 에너지 스타트업 젠셀 등이 있다.

자본시장 한 관계자는 “영국은 기술 스타트업의 메카로, VC들의 펀딩이 유럽에서도 특히 영국 런던에 쏠렸던 것은 이러한 사실을 뒷받침하는 증거”라며 “인큐베이팅과 액셀러레이팅, 성장 단계 지원 등 영국 내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단계가 세부적으로 체계화되어 있고, 이에 대한 정부의 육성 의지도 뚜렷하기 때문에 관련 생태계가 앞으로 더욱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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