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을 60세에서 65세로 늘리는 법제화가 충분한 사회적 합의와 준비 없이 강행될 경우 청년층 일자리는 갈수록 더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를 뒷받침할 자료가 잇따르고 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10월 청년(15~29세)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16만 명 감소했고, 고용률은 44.6%로 전년 대비 1.0%포인트 낮아졌다. 18개월 연속 하락세다. 일하지 않으면서 구직 활동도 중단한 ‘쉬었음’인구 가 258만 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3만 5000명 증가한 가운데 30대 ‘쉬었음’ 인구는 33만 4000명에 달했다. 2003년 통계 작성 시작 후 최대치다.
정부·여당은 10월 전체 취업자 수가 19만 3000명 늘었고, 고용률도 63.4%로 전년 동월보다 0.1% 상승했다며 안도할지 모른다. 그러나 속내용에서는 일자리의 질과 세대간 균형에서 문제가 상당하다. 60대 이상 취업자가 10개월 연속 늘어나며 온기를 불어넣었지만 이들의 일자리는 정부 지원의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 관련이 상당수다. 임금도 상대적으로 낮다. 이와 달리 젊은층이 선호하는 제조업, 건설업 일자리는 16개월과 18개월 연속 큰 폭으로 쪼그라들었다. 고용 양극화와 양질의 일자리 가뭄 현상이 더 심화될 수 있음을 알린 신호다.
노동계가 65세 정년의 입법화를 밀어붙이고 있는 데다 민주당이 이에 호응하면서 정년연장 논의는 급물살을 탄 상태다. 국회에는 정년연장과 관련해 무려 11개의 법안이 발의돼 있다. 하지만 경영계가 요구하는 ‘퇴직 후 선별적 재고용’ 법안은(국민의힘 김위상 의원)1개 뿐이고, 범여권 의원들이 발의한 나머지는 65세 연장 일색이다. 미래세대의 취업 절벽과 기업 부담, 연금 재정 등에 대한 고민을 얼마나 했을지 의문이다.
무리한 정년연장으로 청년과 중소기업, 비정규직 근로자 등 약자들이 애꿏은 피해를 보는 일은 없어야 한다. 한국은행 통계는 2016~2024년 사이 55~59세 근로자가 1명 늘면 23~27세 근로자는 1.5명 줄었다고 밝히고 있다. 로봇과 인공지능(AI)발 고용 한파가 본격화되면 노동시장은 더 큰 격랑에 휘말릴 수 있다. ‘묻지마’ 정년연장의 부작용에 대한 고민 및 속도 조절에 지혜를 모으길 촉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