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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누구를 위한 대형마트 규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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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진 기자I 2025.08.25 05:50:20

"현실 왜곡" 의무휴업 10년 넘게 지속
대형마트는 자영업자 공존 플랫폼 변화
쿠팡 연매출 40조…‘마트 vs 시장’ 구도 붕괴
현실 외면한 정치권 유통 위기만 키운다

[이데일리 한전진 기자] 만일 쿠팡이 한 달에 두 번 강제로 문을 닫는다면 대형마트는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아마 아닐 거다. 휴업일을 피해 미리 주문하면 그뿐이다. 규제 사각지대인 알리익스프레스·테무 같은 해외 플랫폼만 반사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크다. 생각만 해도 황당하지만 이런 말도 안 되는 비슷한 일이 10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바로 월 2회 대형마트를 강제로 문 닫게 하는 의무휴업이다.

지난 2013년 ‘재래시장 보호’ 명분으로 도입된 이 제도는 최근 완화는커녕 ‘공휴일 고정’을 논의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현실과의 괴리는 점점 벌어지고 있다.

의무휴업 논란은 처음엔 소비자 불편에서 시작됐지만, 이제는 테넌트(임대 매장) 입점 소상공인의 생존 문제가 핵심으로 떠올랐다. 대형마트 성격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이마트(139480) 전국 임대 매장의 40%가 자영업자일 만큼 이젠 ‘유통공룡’이 아니라 다양한 상인이 공존하는 플랫폼에 가깝다. 최근 재개점한 혁신 매장들만 봐도 안경점·펫숍·F&B 같은 임대 매장이 절반을 차지한다. 모처럼 장을 보러 대형마트에 갔다가 겸사겸사 떡볶이도 사 먹고 안경도 맞추고 옷도 사는 것이 요즘인 시절이다.

“장도 안 보는 사람들이 정책을 만든다.” 지난 ‘멈춘 규제, 변한 마트’ 기획을 취재하며 만난 한 대형마트 테넌트 자영업자의 말이다. 이 한마디가 10년 넘게 이어진 제도의 본질을 꿰뚫는다.

현실 왜곡 규제가 이어지는 배경에는 정치권이 있다. 정치권은 여전히 “대형마트는 전통시장의 적”이라는 낡은 이분법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하지만 쿠팡이 지난해 국내 유통업계 최초로 연매출 40조원을 돌파한 현실을 보면, 이 프레임은 이미 무너졌다. 문제는 정치권이 이를 모를 리 없다는 것이다. 알면서도 ‘표 계산’ 앞에서는 변화를 외면한다. 소상공인 단체 출신 인사들이 속속 정치권에 합류하며 대형마트 규제는 ‘정치적으로 생색내기 좋은 정책’으로 굳어졌다. 최근 공휴일 의무휴업 법안을 당에서 처리하겠다고 밝힌 오세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 소상공인연합회 회장 출신이다.

이제는 정치적 계산을 넘어 진실된 실용의 정치가 필요하다. 국내 유통업계는 위기다. 내수 침체, 저출산·고령화, 온라인 쇼핑 급성장으로 백화점·대형마트·편의점·면세점 ‘4대 채널’은 모두 성장 정체에 빠졌다. 이런 상황에서 의무휴업 같은 현실과 동떨어진 규제를 고집한다면, 국내 오프라인 유통 채널은 결국 파국을 피하기 어렵다. 10만명을 직간접적 고용 중인 홈플러스가 회생의 기로에 서 있는 지금이다. 정치권은 언제까지 계산적 행태로 시장을 망칠 것인가, 자 이제 그만 현실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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