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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자를 직원도 없다”…영세 자영업자 덮친 가스요금 인상

이영민 기자I 2024.08.04 13:49:12

가스공사, 8월부터 민수용 도시가스 요금↑
생산비 증가만큼 가격 올릴 수 없어 울상
"공공요금 올리되 보조금 마련도 고민해야"

[이데일리 이영민 기자 김한영 수습기자] “안 그래도 장사 안돼서 난리인데 또 올리면 어떻게 하나.”

4일 오전 서울 관악구에서 해장국집을 운영하는 전민준(53)씨는 가스비 인상 소식에 답답함을 드러냈다. 전씨는 “코로나19 전과 비교하면 매출이 30~40% 줄었음에도 가스비는 매달 180만원씩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영업비를 줄이기 위해 영업시간을 단축하고 직원을 감축했다. 전씨는 “예전에 소주 값을 1000원 올렸다가 싸우자고 (손님이) 덤빈 일이 있어서 음식가격을 올리긴 어려울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2일 서울 관악구의 한 찌개가게의 화구에 미리 준비된 음식이 놓여 있다.(사진=김한영 수습기자)
도시가스요금이 8월부터 인상되면서 영세 자영업자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이번 요금 인상은 원가 상승과 한국가스공사의 불어난 적자를 줄이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고물가와 소비침체로 경제적 체력이 약해진 자영업자와 시민들은 가스비 인상에 따른 충격을 감추지 않았다.

가스비 인상 소식에 놀란 것은 배모(53)씨도 마찬가지였다. 관악구의 한 중국음식점에서 만난 배씨는 “지난번에 가스요금을 올리면서 230만원씩 내던 것이 270만원으로 올랐다”며 “1만원어치를 팔면 800원 남는데 또 올린다고 하니까 걱정이 크다”고 덧붙였다.

서울 관악구의 한 찌개가게에서 일하는 추모(61)씨도 하루 전 도시가스 요금이 올랐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 추씨가 근무하는 식당은 코로나19 유행 후 치솟은 물가 때문에 직원을 7명에서 3명으로 줄였다. 추씨는 “여름철 아무리 장사가 어려워도 매달 60만원, 겨울에는 100만원까지 가스요금이 나간다”며 “우리가 요금을 올리지 말라고 해도 올리겠지만 서민은 정말 어떡하라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한국가스공사에 따르면 8월 1일부터 민수용 도시가스 요금이 인상된다. 민수용 도시가스는 주택용과 영업용으로 나뉜다. 주택용 요금은 서울 소매요금을 기준으로 MJ당 20.8854원에서 22.2954원으로 6.8% 올랐다. 사용처에 따라 구분되는 영업용 요금은 영업용1의 경우 20.5023원에서 21.8035원으로 6.4%, 영업용2는 19.5006원에서 20.8018원으로 6.7% 인상됐다. 영업용1은 음식점업과 구내식당, 미용업, 숙박업, 수영장 등이 포함되고 영업용2에는 목욕탕과 폐기물처리장, 쓰레기소각장 등이 해당된다.

이번 요금 인상은 막대한 적자에서 비롯됐다. 가스공사는 지난달 보도자료를 통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가스공사의 민수용 도시가스 미수금은 2021년 1조 8000억원에서 2022년 8조 6000억원으로 급등했고 지난해 1회 요금인상에도 올해 1분기 13조 5000억원까지 증가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요금 인상은 안정적인 천연가스 도입을 위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가스요금 인상 이후에도 공공요금은 더 오를 수 있다. 전력 공급을 책임지는 한국전력도 가스공사처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발생한 에너지 위기 때 전기를 원가보다 저렴하게 공급해 재무 위기를 겪고 있다. 이 때문에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5월 세종시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전기·가스 요금 정상화는 반드시 해야 하고 시급하다”며 “중동 상황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계속 주시하면서 전기·가스 요금 인상의 적절한 시점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도 공공요금 현실화가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그동안 공공요금을 안 올렸고 국민 모두 그 혜택을 봤다”며 “이제라도 (가스)요금을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신 교수는 “정말 영세한 자영업자들은 작은 변화에도 충격이 상당할 수 있다”며 “이들에 한해서는 가스요금 중 일정액을 정부가 재정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고민해볼 수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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