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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해본 적 없잖아" 백악관 대변인 낙태금지법 설전

이윤화 기자I 2021.09.04 17:59:54

텍사스 낙태제한법에 반대 입장 밝힌 조 바이든
男기자 "가톨릭 신자가 어떻게 낙태를 지지하냐"
임신 중단은 의사와 상의해 여성이 결정할 사안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미국 백악관 대변인이 낙태 반대 입장을 가진 남자 기자와 설전을 벌였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가톨릭 신자이면서도 낙태를 여성의 선택의 권리라고 지지한 것에 대해 비판하자 임신한 경험이 없지 않냐고 되받아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6주이후 낙태를 금지하는 텍사스주의 낙태제한법이 헌법상 권리를 침해한다며 조치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젠 사키 미국 백악관 대변인. (사진=연합뉴스)
지난 2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 더힐 등 외신에 따르면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이 가톨릭 방송 EWTN 소속 남성 기자 오웬 젠슨과 브리핑 도중 낙태와 관련한 이슈로 설전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텍사스주는 1일부터 6주이후 여성의 낙태를 금지하는 강력한 낙태제한법이 발효됐다. 낙태 금지 시기를 현행 임신 20주 이후에서 임신 사실을 자각하기 어려운 6주 이후로 앞당기면서 사실상 낙태를 금지한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성폭행을 당했거나 근친간 임신을 한 경우에도 낙태를 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이를 두고 조 바이든 대통령은 “반세기 전 확립된 헌법상 권리 침해”라면서 여성의 임신 중단 권리를 존중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두고 젠슨 기자가 “가톨릭 신자인 바이든 대통령이 낙태를 지지할 수 있냐”며 “가톨릭에서는 낙태가 도덕적으로 잘못됐다고 가르친다”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사키 대변인은 “대통령은 (임신 중단 권리가) 여성의 권리라고 생각한다”며 “여성의 몸이기 때문에 당연히 선택할 권리는 여성에게 있다”고 답했다.

젠슨 기자는 뒤이어 “대통령은 누가 태어나지 않은 아이를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반문하면서 설전을 이어갔다. 사키 대변인도 지지 않고 “대통령은 여성이 의사와 함께 자신의 몸에 대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당신은 임신을 해봤거나, 그런 선택을 해야만 하는 상황을 마주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런 선택에 직면한 여성들에게 이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며, 그들의 권리를 존중해야 한다는 게 대통령의 뜻”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일 텍사스의 법이 헌법상 권리를 침해했다며 비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텍사스의 이 지나친 법은 주제넘게도 ‘로 대(對) 웨이드’ 판결로 확립된 헌법상 권리를 침해한다”고 밝혔다. 그는 “전례가 없는 헌법적 권리에 대한 공격”이라며 “텍사스 정부가 이 법으로부터 격리되고 안전하고 합법적인 낙태에 대한 접근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취할 수 있는 조치들을 모색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미국 연방대법원은 1973년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통해 태아가 자궁 밖에서 생존할 수 있는 단계 이전에는 낙태가 가능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임신 23~24주 정도의 시점까지는 낙태가 가능하다는 것으로, 낙태를 처벌하는 법률이 미 수정헌법 14조의 ‘적법절차 조항에 의한 사생활의 헌법적 권리’에 대한 침해라고 명시했다. 이는 여성의 낙태권을 인정한 기념비적 판결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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