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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 얼룩진 '현대차 희망버스'…대법 "노조간부들 2800만원 배상" 확정

남궁민관 기자I 2020.09.13 12:10:09

파견직 정규직 전환 요구하며 희망버스 집회
공장진입 시도하며 펜스 부수고 폭력까지 휘둘러
法 "불법행위 맞아…소송 역시 회사 권리남용 아냐"
다만 손해배상 범위에 '고정비 손해' 인정 안해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현대자동차를 상대로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던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2013년 이른바 ‘희망버스’ 집회에서 공장 펜스 등 기물을 파손한 데 대해 대법원이 노조의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서울 서초동 대법원.(이데일리DB)


대법원 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현대자동차가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 조합원 김모씨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울산지역본부 본부장 강모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손해배상금 28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확정했다고 13일 밝혔다.

현대차 비정규직지회는 파견직 근로자인 조합원 한 명이 2년여의 소송 끝에 2012년 대법원으로부터 직접 고용한 것으로 간주 된다는 취지의 확정 판결을 받자, 현대차에서 근무하는 1, 2, 3차 협력업체 근로자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2012년 5월부터 2013년 6월까지 현대차와 16차례 특별협의를 진행 했지만 난항을 겪자 민노총과 ‘현대차 희망버스’ 집회를 기획, 주장을 관철 시키기 위해 공장 강제 진입도 예고했다. 결과적으로 현대차 비정규직지회는 2013년 7월 공장진입을 시도하며 펜스 약 25m를 무너뜨렸고, 이 과정에서 죽봉을 휘둘러 현대차 직원 57명은 물론 경찰과 10여명이 상해를 입기도 했다.

현대차는 “이들의 쟁의행위는 주체·목적·방법 측면에서 적법한 쟁의행위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부당한 행위로서 위법하다”며 “이로 인해 생산라인 가동이 중단된 시간 동안 고정비 손해와 파손된 펜스 복구비용 및 방어벽 설치비용으로 손해를 입어 손해배상금의 일부로 우선 2억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반면 현대차 비정규직지회는 “비정규직지회 소속 근로자들은 파견법에 따라 현대차 근로자로 간주 되거나 현대차가 직접 고용할 의무를 부담하는데, 현대차가 단체교섭을 거부함에 따라 교섭 요청을 관철하기 위해 쟁의행위에 이르게 됐으므로 불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설령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더라도 손해가 충분히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고 고정비 전체를 손해로 추정하는 것 역시 불합리하다”고 반박했다.

이에 더해 “손해배상청구는 손해보전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노조의 조합 활동 통제를 주된 목적으로 하는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법원은 1심에서 대법원 상고심에 이르기까지 일관 되게 이 사건 집회는 불법행위가 맞다며 권리남용 주장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손해배상책임의 범위에 있어 펜스 훼손만을 인정했다.

1심 재판부는 “집결해 집단적 위세를 보이며 공장진입을 시도하고 회사 소유의 펜스를 무너뜨려 손괴했으며, 시위대를 저지하는 회사 관리자와 경찰관 등에게 상해를 가하는 등 폭력을 행사했다”며 “회사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방해하거나 법질서의 기본원칙에 반하는 폭력행사에까지 나아간 것으로 반사회적 행위에 해당해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쟁의행위가 불법이라고 하더라도 생산라인이 정지돼 발생한 고정비 상당의 손해가 쟁의행위와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는 손해라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손해배상금으로 펜스 복구비용 2800만원만을 인정했다.

권리남용과 관련해서는 “쟁의행위가 헌법과 법률이 정한 테두리를 벗어났음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구하는 이 사건 소송이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을 뿐 아니라, 손해배상금이 다소 다액이라는 사정만으로 회사가 피고들에게 고통을 주고 손해를 가하려는 목적에서 소를 제기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2심과 대법원 상고심은 이같은 1심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보고 현대차 비정규직지회의 항소와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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