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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료 ‘0원’…같은 5000만원 버는데 건보료 왜 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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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치영 기자I 2026.09.07 05:3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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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와 함께 하는 스페셜리포트]②소득과 건보료 괴리율 심각
건보지출 증가 감안 개혁 필요
보험료 상한 8년·하한 26년째 그대로
건정심, 부담능력 중심 부과체계 개편

[순천향대 보건행정경영학과 함명일 교수] 건강보험료 부과기준 개선 논의가 뜨겁다. 건강보험은 질병의 위험을 사회가 함께 나누는 상호부조의 제도다. 민간보험이 개인이 지닌 위험의 크기에 따라 보험료를 매긴다면 사회보험인 건강보험은 부담능력에 따라 보험료를 나눈다. 부담능력이 크면 더 내고 적으면 덜 내되, 아플 때 받는 혜택은 누구에게나 같다. 건강보험료 부과기준 개선도 이 원칙에서 출발해야 한다.

챗GPT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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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질소득과 건보료간 괴리 없애야

문제는 부담능력과 실제 보험료 사이의 괴리를 보여주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것이 일용근로소득이다. 조세재정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연 5000만원 이상 고소득 일용근로소득자는 2017년 약 17만명에서 2023년 약 34만명으로 늘었다. 소득이 있는데도 보험료를 내지 않고 있었던 셈이다. 연봉 5000만원이 안 되는 직장가입자가 빠짐없이 보험료를 내는 것과 뚜렷이 대비된다. 상당한 소득을 올리면 그에 걸맞은 부담을 지우는 것이 공정에 부합한다.

가입자격에 따른 차이도 있다. 직장가입자는 급여 외 소득에서 2000만원을 공제받지만 지역가입자는 모든 소득에 보험료를 낸다. 같은 소득을 얻고도 누구는 공제받고 누구는 못 받는다면 형평에 어긋날 수 있다. 직장가입자의 급여 외 소득 공제액이 과거 7200만원에서 지속적으로 축소돼 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급여 외 소득에 대한 보험료 저항이 큰 이유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월급에서 나가는 보험료는 통장에 숫자가 찍히기 전에 원천징수돼 체감이 덜하다. 반면 급여 외 소득에 대한 보험료는 따로 고지되고 납부해야 해 이미 손에 들어온 돈을 다시 꺼내는 듯한 느낌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납부 방식이 주는 심리적 차이다. 같은 크기의 소득이라면 원천징수되든 별도로 고지되든 부담능력에 미치는 영향은 같다. 징수 방식의 차이가 부과 원칙을 흔들어서는 안 된다.

지난 7월 23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소위원회에 보고된 방안은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니다. 언론에 오르내린 일용근로소득 ‘2000만원’ 기준도 결론이 난 것이 아니다. 소위원회에서는 그 금액이 적절한지 문제 제기가 있었고, 제도의 취지가 고소득층을 향하는 만큼 기준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이 모여 본회의에서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가입자와 공급자, 공익 대표가 동수로 참여하는 건정심에서도 부담능력에 따라 공정하게 부과해야 한다는 큰 방향에는 폭넓은 공감대가 있었다.

여기서 분명히 할 점은 이번 논의의 대상이 성실히 살아가는 대다수 취약계층이 아니라는 점이다. 상당한 고소득을 올리면서도 제도의 사각지대에 머물러 온 일부 계층을 대상으로 부담능력을 제대로 반영하자는 취지다. 소득은 이미 파악되고 있었지만 법과 제도가 시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해 보험료가 부과되지 않았던 지점들이다. 없던 부담을 새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원칙에서 벗어난 부분을 원칙 안으로 되돌리는 일이다.

(이미지= 생성형 AI로 제작)
(이미지= 생성형 AI로 제작)
고령화·만성질환 증가로 건보지출 늘어나…“개혁 적기”

오랜 기간 그대로인 보험료 상·하한선도 현실에 맞게 손볼 때가 됐다. 하한선은 부담능력이 낮은 가입자에게도 최소한의 사회연대 원칙을 구현하는 장치이고, 상한선은 건강보험료가 세금이 아니라 사회보험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증거다. 그사이 최저임금은 오르고 화폐가치는 떨어졌는데도 상한선은 8년, 하한선은 26년째 멈춰 있다. 경제와 소득 수준이 변한 만큼 기준도 현실에 맞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

부과체계 개선이 왜 지금 필요한지도 분명하다.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로 국민 의료비는 앞으로도 계속 늘고, 그만큼 보험료율 인상도 예견된다. 부담능력을 충실히 반영하도록 부과기준을 다듬는 일은 형평성을 높이는 동시에 모든 가입자에게 일률적으로 돌아갈 보험료율 인상 부담을 완화하는 길이기도 하다. 마땅히 부담능력이 있는 곳에서 공정하게 거둬야 부담능력과 무관하게 요율을 똑같이 올려야 하는 상황을 조금이라도 늦출 수 있다.

지금 보험료를 내는 세대가 언젠가 혜택을 받는 세대가 되고, 오늘의 피부양자가 내일의 가입자가 된다는 점도 중요하다. 부과기준을 바로잡는 일은 단순히 현재의 보험료 문제를 조정하는 데 그치지 않고 건강보험을 다음 세대에 온전히 물려주기 위한 준비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은 국민의 신뢰 위에서만 유지될 수 있다. 성실히 보험료를 내온 사람들이 ‘나만 손해 본다’고 느끼는 순간 연대의 토대는 흔들린다. 공정한 부과기준은 단순히 재정을 채우는 기술적 수단이 아니라 서로를 신뢰하며 제도를 함께 떠받치게 하는 핵심이다.

물론 공정하게 걷는 것만으로 충분하지는 않다. 급여기준을 다듬고 중증질환에 대한 보장성을 강화하는 등 합리적인 지출 노력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합리적 지출과 공정한 부과는 건강보험을 지탱하는 두 축이며 어느 하나만으로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 부과기준 역시 국민이 공정하다고 느낄 수 있어야 한다. 개선의 방향은 누군가에게 더 부담을 지우기 위한 것이 아니라 현실에 맞게 공정성과 신뢰를 높여가는 것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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