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지난 30일 자영업자들과 배달플랫폼(배달앱)간 상생협의체 10차 회의가 늦은 밤까지 이어졌다. 정부가 공언했던 10월 내 합의안 도출을 하루 앞뒀던 터라 이날만큼은 소기의 결과물이 나오리라 예상했다. 하지만 결국 이해관계자들끼리 합의한 상생안 발표는 실패했다. 서로가 생각하는 ‘적정한’ 수수료율에 대한 격차가 너무 컸던 탓이다.
양측의 합의가 불발되면서 공익위원들의 제시한 중재안을 중심으로 다시 논의를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배달앱 입장에선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다. 입점단체들이 수수료율 양보를 절대적으로 거부하는 가운데 공익위원 중재안까지 받지 않는다면 합의 불발의 책임이 자연스레 배달앱으로 쏠리게 된다. 이 경우 향후 정부와 정치권은 움직임은 결국 입법을 통한 규제를 택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배달앱에게 무조건적인 양보를 요청하는 것은 무리다. 기업은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한다. 특히 배달 앱과 같은 플랫폼은 사업초기 대규모 투자를 통해 이용자를 확보한 후 이익을 실현하는 형태를 나타낸다. 이 과정에서 인위적으로 이익실현을 제한한다면 중장기적인 사업 전략이 모두 엉키게 된다. 불확실성이 커진다는 건 기업 입장에서 가장 큰 위험요소다.
본질은 배달앱이 아니다. 코로나19 이후 피폐해진 자영업자 생태계를 개선하는 게 핵심이다. 배달앱 수수료율 인하여부 문제는 건강한 자영업 생태계 복원을 위한 수단 중에 하나에 불과하다.
하지만 상생협의체 구성 이후 ‘배달앱 때문에 자영업자가 망한다’는 프레임이 자연스레 씌워진 모습이다. 일각에선 정부가 자영업자 대책에 대한 본질적인 접근 없이 개별기업(배달앱)에게만 책임을 전가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협의체 과정 속 정부 역할에 대한 비판도 있다. 프랜차이즈 본사와 자영업자 등이 혼재한 입점단체간 의견은 계속 통일되지 못했다. 10차 회의에서도 이같은 상황은 이어졌다. 입점단체간 의견 통일이 안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역할은 없었다.
배달앱 시장의 출혈경쟁으로 수수료율이 정률제 방식으로 바뀌면서 자영업자 부담이 커진 건 사실이다. 배달앱도 함께 성장한다는 측면에서 상생의 움직임을 보여줘야 하는 건 맞다. 하지만 강제적인 접근은 경계해야 한다. 강제력이 개입하면 산업은 언젠가 망가질 수밖에 없고, 해당 생태계 안에 있는 자영업자들에게도 피해가 갈 수밖에 없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