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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돋보기]싱크대에 버리는 잔반, 하수관 '동맥경화' 부른다

김용운 기자I 2019.07.27 12:53:36
싱크대 배수구에 설치하는 잔반 분쇄기는 배수관을 통해 잔반을 배출할 수 있어 생활에는 편리하지만 하수관 막힘의 주범이 될 수도 있다(사진=이데일리DB)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우리나라 주택 중 75%는 아파트·연립·다세대주택처럼 여러 가구가 모여 사는 공동주택 형태다. 대한주택관리사협회의 도움을 받아 공동주택에서 실제 벌어지고 있거나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꼭 알아둬야 할 상식은 물론 구조적인 문제점과 개선방안, 효율적인 관리방법 등을 매 주말 연재를 통해 살펴본다.

여름철 살림에서 가장 귀찮은 것이 바로 설거지를 한 후 나오는 음식물 잔반 처리 입니다. 특히 방치하면 되면 벌레도 끌고, 냄새도 심하니 어떻든 빨리 처리를 해야 합니다.

몇 해 전 이런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등장한 제품이 있었습니다. 잔반 분쇄기입니다. 싱크대 배수구에 분쇄기를 설치해 잔반을 분쇄한 후 배수관을 통해 바로 잔반을 배출할 수 있도록 하는 제품이라 주부들의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러나 대한주택관리사협회에서는 이러한 쓰레기 처리 방법이 공동주택에서는 하수관 막힘의 주범이 될 수 있다며 주의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특히, 유지방이 섞인 설거지물이 세제와 함께 하수관으로 흘러 들어가 그 찌꺼기들이 오랜 시간 쌓이게 되면 덩어리가 지게 되는데, 유속이 느린 하수관 내에서 분해된 음식찌꺼기가 이러한 덩어리 앞에 계속 쌓이다가 어느 순간에는 결국 하수관 자체를 막게 되는(사람으로 치면 일종의 동맥경화 현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관이 폐쇄되는 일이 생기게 된다고 합니다.

우리가 보기에는 하수관이던 급배수관이던 매끈한 표면을 항상 봐와서 하수 처리에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관 내부에는 이음 부분이나 굴곡 부분 등 요철이 미세하게 있는 부분들이 있어 이런 곳에 정체가 되어 관을 폐쇄시키고, 결국 1층 또는 2층 세대 오폐수관이나 하수관의 역류현상을 초래하게 되는 경우도 많이 있다고 합니다.

또한, 생활하수관은 이러한 찌꺼기가 없는 오염된 유체만 처리할 수 있도록 계획된 것이라는 점도 함께 고려한다면, 음식물 잔반을 분쇄하여 배수구를 통해 직접 배출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한 번쯤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참고로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는 이러한 하수관의 막힘 현상을 예방하기 위하여 정기적으로 하수관의 음식물 등 찌꺼기의 쌓이는 정도를 점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육안으로 확인하는 데에 한계가 있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요즘은 음식 쓰레기를 건조 후 별도 처리할 수 있는 제품들도 나와서 많이 좋아는 졌지만, 그래도 생활하수관을 통해서는 덩어리지는 것들이 버려지기 때문에 협회에서는 일정한 주기(공공건물의 관리 기준에 준해 1년 단위 등)를 기준으로 하수관을 청소하도록 지침을 만들거나, 아예 건축 시부터 횡주관의 일정 단위 길이별로 투명한 재질의 강화 플라스틱 등 재질의 점검용 배관(배관 길이 300mm 이하)의 설치를 의무화 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일단 한번 하수관이 막혀 역류하게 되면 침수에 따른 배상비용이 엄청나기 때문입니다. 또한 배상문제를 떠나서도 1층 또는 2층 세대 주민의 위생에도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합니다.

한계 수명이 50년 이상도 될 수 있는 공동주택의 건축물의 시공, 이제 한 번쯤은 유지관리비용도 절감될 수 있는 방향으로 건축물이 건설될 수 있도록 긴 안목에서 고려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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