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진제 폐지하라" 청원 10만-소송 1만6000명 돌파

최훈길 기자I 2016.08.20 12:32:47

다음 아고라 1달도 채 안돼 10만여명 서명
한전 상대 소송에 이달 1만명 넘게 참여
당정 TF 출범 뒤에도 폐지론 식지 않아
"땜질식 개편 없어야" 경고 메시지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정부·여당이 누진제 개편 TF(태스크포스)를 출범했지만 누진제 폐지 등 고강도 대책을 촉구하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무더위가 끝난 뒤 ‘땜질식 개편’에 그치는 게 아니라 근본적인 개혁을 해달라는 요구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포털 사이트 다음의 인터넷 토론방 ‘아고라’에서 진행 중인 '전기세 누진세를 폐지하자'는 청원이 이날 오전 현재 10만명을 돌파한 상태다. 지난달 28일 10만명 서명을 목표로 시작된 청원은 불과 1달도 채 안 돼 목표를 달성, 현재 20만명으로 목표가 수정됐다.

최초 청원인은 “누진제의 한시적 완화는 미봉책에 그치지 않는다”며 “정부의 무책임한 행태에 어디 하나 하소연 할 때 없는 국민들이 여기 청원에 서명이라도 할 수 있게 청원 인원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누진세 때문에 열 받아서 이민을 고려해 봤다. 국가는 존재의 이유가 뭡니까”(Bobjoy), “합리적인 요금제로 더 이상 서민을 힘들게 하지 말기를”(skyenter) 등 시민들의 서명 참여가 잇따르고 있다.

20일 현재 다음 아고라에서 진행 중인 누진제 폐지 이슈 청원. http://bbs3.agora.media.daum.net/gaia/do/petition/read?bbsId=P001&articleId=189477
누진제에 대한 불만은 소송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전력(015760)을 상대로 한 ‘전기요금 부당이득 반환청구’ 집단소송을 진행 중인 법무법인 인강에 따르면 지난 19일까지 총 1만6512명이 단체소송에 참여했다. 이번 달 들어 누진제 논란이 불거지면서 1만명 넘게 소송참여 신청자가 늘어났다.

2014년 8월 4일 인강이 21명을 대리해 처음으로 소송을 제기한 뒤 현재 서울중앙지법(3건), 서울남부지법(1건), 광주·대전·부산지법(각 1건) 등 총 7건의 피해 소송(750명)이 진행 중이다. 소송청구액은 1인당 6110원에서 418만5548원까지다.

소송의 쟁점은 누진제를 명시한 한전의 ‘전기공급 약관’의 위법성 여부다. 한전은 산업통상자원부의 인가를 받은 이 약관을 통해 전기요금을 부과 중이다. 원고 측은 ‘요금 폭탄’ 누진제라며 공정거래위원회의 약관규제법을 위반했다는 입장이다. 해당 법(6조)에는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 등 신의성실의 원칙을 위반해 공정성을 잃은 약관 조항은 무효’라고 규정돼 있다.

반면 한전은 누진 요금제가 전기의 과다소비를 억제하고 저소득층을 보호하는 취지이며 정부 인가를 받아 위법성이 없다고 설명한다. 전기사업법(16조)·물가안정에 관한 법(4조)에 따르면, 한전이 전기요금 약관 개정안을 만들면 산업부 장관(주형환)이 기획재정부 장관(유일호)과 ‘협의’를 거친 뒤 승인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누진제 첫 소송 결과는 내달 2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나온다. 소송 결과가 당정 누진제 개편에도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법무법인 인강의 곽상언 변호사는 “부당하게 징수한 전기요금을 전 국민이 돌려받기, 부당한 요금체계의 사용 금지, 산업용보다 비싼 단가로 주택용 요금을 책정하지 못하게 하는 게 원고 요구의 핵심”이라며 “누진체계를 개편해 전기요금 인하 결과까지 얻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18일 주형환 장관은 누진제 논란 관련해 처음으로 입장을 밝혔다. 주 장관은 ‘전기요금 당정 TF’ 첫 회의에서 “국민들께서 누진제로 인한 전기요금 부담 걱정에 힘든 여름을 보내고 계셔서 주무장관으로서 대단히 송구스럽다”며 “누진제는 물론 누진제 집행과정에서의 문제점, 더 나아가 교육용·산업용 등 용도별 요금체계의 적정성·형평성에 이르기까지 전기요금체계 전반에 대해 보다 근본적인 개편방안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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