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평순(사진·63) 교원그룹 회장은 평소 칭기스칸의 성공 전략을 임직원들에게 틈나는 대로 들려주는 경영자다. 최근 장 회장은 칭기스칸에 더해 진시황의 일대기 연구에 푹 빠져있다. 장 회장이 손꼽은 애독서도 ‘진시황 강의’(왕립군 저, 김영사)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춘추전국시대라는 혼란기의 역사와 진(秦)나라의 통일 과정에서 인재와 리더, 시스템에 관한 성찰을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장 회장의 독서 취향은 세계 유명 군주들이 어떻게 막강한 통일 국가를 이뤘는지에 쏠려 있다. 10여년 전 칭기스칸을 통해 속도와 효율적인 조직 관리, 공정한 승진과 보상 등을 배웠다면 진시황을 통해서는 인재와 리더십, 시스템을 배울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수많은 나라가 건국했다 패망하고 영원할 것만 같던 통일국가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그 속에는 무수히 많은 사람과 인재들의 사상, 철학, 정책 그리고 리더십이 있다”며 “고전을 통해 지금의 경영에 취할 교훈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고 자신의 독서 취향을 털어놨다.
“조직에는 전체를 바라보며 구성원을 이끄는 리더형 인재와 자신이 맡은 일을 누구보다 잘하는 전문가형 인재, 2가지 유형이 모두 필요하다. 진시황 강의의 배경이 되는 춘추전국시대를 보면 전체를 조망하며 구성원을 이끄는 지휘자와 잘 훈련을 마치고 본인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병사 2가지를 모두 갖춘 군대가 승리해 왔다. 기업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장 회장이 보는 기업은 국가와도 같다. 그가 칭기스칸, 진시황을 주목하는 것도 드넓은 제국의 통일이 단순히 군주 혼자 이룬 것이 아니라는 확신에서다. 아시아를 넘어 유럽까지 영토를 확장한 몽골 제국도, 6개국으로 뿔뿔이 흩어졌던 중국 대륙을 하나로 통일시킨 것도 구성원을 이끄는 강력한 군주와 맡은 일을 잘 수행하는 군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이런 시각은 자연스레 ‘사람이 중요하다’는 원칙으로 이어진다. 그는 노동운동이 한창이던 1988년 무렵 직원과 겪었던 갈등을 지금도 이정표처럼 삼고 있다. 창업 3년 매출 100억원을 간신히 올렸던 당시 직원들은 회사의 경영 여건으로는 수용하기 어려운 요구를 제시했지만 끝없는 대화와 토론으로 직원들을 설득할 수 있었다. 그는 “이 과정을 거치며 마음만 한 식구라 생각할 것이 아니라 직원들이 ‘오래 다닐 수 있는 회사를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하며 복리후생에 집중했다. 더불어 직원들과의 스킨십을 강화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매달 야유회를 열어 직원들의 믿음을 회복해 나갔다”고 설명했다.
책에서 소개된 ‘축객령(逐客令)’ 일화와도 겹치는 대목이다. 진시황은 치수(治水)사업을 진행하던 중 발생한 간첩 사건으로 인해 외지인 출신 관리들을 모두 진나라 밖으로 추방시키지만 신하 이사(李斯)의 서신을 받아들여 인재를 모두 다시 불러들인 일화다. 그는 축객령 일화를 보며 과거 자신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신했다.
장 회장은 장기적인 안목이 결국 회사를 여기까지 올 수 있게끔 했다고 자신한다. 1985년 중앙완전학습(현 빨간펜)을 시작으로 초창기 학습지 시장을 개척했다. 학습지를 필두로 정수기와 비데 등 생활가전제품, 화장품 사업까지 다각도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장 회장은 “리더는 장기적인 안목을 갖춰야 한다. 진나라와 경쟁하던 6개국이 멸망한 가장 큰 이유는 나라의 리더인 왕들의 안목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며 “성장하는 진나라를 상대로 6개국이 연합했으나 장기적인 생존보다는 눈 앞의 이익에 머물러 연합은 해체됐다. 결국 다른 국가들은 모두 차례로 멸망하고 말았다. 장기적인 안목이 없는 리더들이 나라를 이끌었기에 진나라가 통일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장 회장의 다음 과제는 결국 리더와 인재 한, 두명에 좌지우지되지 않는 회사를 만드는 것이다. 그는 “시스템을 갖추고 시스템으로 움직여야 한다. 진나라는 각종 법과 제도를 정립해 이를 기반으로 나라를 운영하는 데 주력했고 이로 인해 짧은 기간 내에 크게 성장할 수 있었다”며 “교원그룹은 물론 어떤 조직과 기업들이라 하더라도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사람이 바뀌어도 운영의 밑바탕이 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애독서인 진시황 강의와 함께 최근 같이 읽기 시작한 책은 ‘주식회사 고구려’(양은우 저, 을유문화사)다. 1명의 강력한 왕에 기대지 않고 긴 역사 속에서 광활한 영토를 차지했던 고구려의 영광을 살펴보기 위해서다. 장 회장은 “진나라의 패망과 고구려의 쇠퇴 모두 목표 의식의 상실로 설명할 수 있다”며 “기업 경영도 항상 목표 의식이 뚜렷해야 구성원들의 실천 의지를 모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장 회장은 교육출판 업계의 영업사원으로 시작해 ‘자수성가’한 대표적 기업인으로 꼽힌다. 그는 지금의 교원그룹이 있게 한 주된 가치를 ‘목표 의식’이라고 설명했다. 장 회장은 “수많은 고구려의 왕들 중 단 1명의 왕을 꼽기보다는 옛 고조선의 영토와 영화를 회복하겠다는 고구려의 다물 정신에 주목하고 싶다”며 ‘주식회사 고구려’에 언급된 ‘다물 정신’을 예로 들었다.
다물이란 단군의 고조선과 부여를 이은 고구려가 영광스러웠던 고조선의 옛 땅을 다시 찾겠다는 뜻을 의미한다. 장 회장은 “이 책은 고구려가 다물 정신이 활발할 때 성장했고 다물 정신이 쇠퇴했을 때 멸망했다고 평가한다”며 “기업 경영에서 목표의식과의 마찬가지의 의미다. 회사 전반을 바라보는 경영자나 일선에서 매진하는 직원이나 ‘목표 의식’이 뚜렷할 때 가야 할 곳과 지금의 위치를 판단할 수 있고 더 나아가기 위한 ‘변화’와 ‘혁신’을 창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창립 31주년을 맞은 지금도 그는 목표정신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직원들에게 언제나 강조한다. 그는 “진나라는 진시황의 죽음 이후의 국가 운영을 대비하지 않았고 고구려는 건국 철학인 다물 정신을 상실하면서 쇠락하기 시작했다”며 “기업 경영도 항상 목표 의식이 뚜렷해야 구성원들의 실천 의지를 모을 수 있다”고 확신했다.
이를 위해 지난해에는 ‘고객의 행복한 삶을 위한 평생 인연’을 회사의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그는 “교육 1위 기업으로 성장했지만 어려운 경영 환경을 딛고 새로이 도약하기 위해 경영의 지향점을 재정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교육기업으로서 출판 사업에 대한 관심도 남달랐다. 나이·지역·종교와 상관없이 사람들은 책을 통해 인생을 살아가는 지혜를 배우고 이것이 다시 책을 통해 다음 세대로 계승되고 발전하기 때문에 사회가 끊임없이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이 장 회장의 생각이다.
그는 “스스로 잘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우리의 미래인 아이들을 위한 책을 만드는 일을 제 평생의 업으로 삼아 책을 사랑하고 아이들을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터를 마련했다는 점”이라며 “교원이라는 일터에서 우리 식구들의 열정으로 아이들을 위한 지식과 지혜가 나온다는 생각을 하면 마음이 뿌듯하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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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당진 출신으로 1980년대초 트럭 배추장사로 만든 종잣돈으로 서울 인사동에서 학습지 사업을 시작했다. 1985년 교원그룹의 전신인 중앙교육연구원을 설립해 중앙완전학습(현 빨간펜)으로 초창기 국내 학습지 시장에 뛰어들었다. 1990년에는 일본에서 ‘구몬’ 라이센스를 들여와 구몬학습을 창간했다. 이후 정수기와 비데 등 생활가전부문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 2016년 현재 구몬·빨간펜 선생님과 웰스매니저 등 약 2만6000명의 파트너와 4000명이 재직하는 회사로 교원그룹을 키워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