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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병기 공정위원장은 지난 7일(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국제경쟁네트워크(ICN) 연차총회 참석을 계기로 진행된 출장기자단 간담회에서 “전통적인 경쟁정책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디지털 경제에 대한 강력한 조치가 이뤄질 수 있게끔 경쟁정책에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구조적 조치는 자산 매각, 사업부 분할, 지분 처분 등 기업의 소유 구조나 지배구조에 직접 개입하는 강력한 시정수단을 의미한다.
특히 주목할 지점은 규제의 범위다. 주 위원장은 지난달 공정위가 반복적인 담합에 한해 시사했던 구조적 조치 도입 방안을 이번 간담회에서는 대기업집단의 ‘일감 몰아주기(사익편취)’와 ‘부당지원’으로까지 확대하겠다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계열사에 물류 등 그룹 일감을 몰아주거나 무상으로 자금을 대여하는 행위가 특정 사업 부문에서 반복될 경우, 과징금 대신 해당 사업부를 매각하게 함으로써 통로를 원천 봉쇄하겠다는 의지다. 주 위원장은 “사익편취나 부당지원 행위가 (대기업집단) 일정 사업 부문에서 반복된다면, 구조적 조치를 내리는 효과가 클 것”이라고 강조했다.
데이터와 사용자 네트워크가 무형의 인프라가 된 디지털 경제 특성상, 금전적 제재라는 사후 처방만으로는 시장 경쟁 기능을 회복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 공정위의 판단이다. 주 위원장은 “위법행위를 미래에 중지시키는 행태적 시정조치와 과징금 부과로는 독과점 구조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긴 어렵다”며 “과거 20세기 초반에 많이 사용됐던 기업분할명령이나 영업양도명령, 지분매각명령 등 구조적 조치의 필요성이 강조되는 시점에 도달했다”고 짚었다.
공정위가 이처럼 강력한 구조 개편 카드를 꺼내 든 이유는 우리 경제의 독과점 고착화와 경제력 집중 문제가 해외보다 심각하다는 판단에서다. 국내 자산총액 5조원 이상 대기업집단의 매출액은 최근 5년 평균 국내총생산(GDP) 대비 약 79%를 차지하며, 집단 내 거래 규모도 최근 3년 평균 GDP 대비 약 31%에 달한다.
이미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은 구조적 조치를 표준적인 행정조치로 활용하고 있다. 미국 법무부(DOJ)는 2020년 구글이 인터넷 검색 및 광고 시장에서 불법적으로 지배력을 유지한 사안에 대해, 크롬 브라우저 사업부 매각과 안드로이드 사업부 분리를 골자로 하는 강력한 구조적 조치를 법원에 요청한 바 있다. 또한 2023년에는 제네릭(복제약) 의약품 가격을 담합한 테바제약에 대해 담합의 근거가 된 사업 부문을 제3자에게 매각하도록 하는 구조적 조치가 단행되기도 했다.
유럽연합(EU) 경쟁당국 역시 구글의 디지털 광고 시장 독과점 남용에 대해 자진 시정방안 제출을 요청하면서도, 광고 기술 사업 부문에 대한 구조적 조치가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의견을 지난해 제시하며 집행을 예고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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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구조적 조치는 공정거래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다. 주 위원장은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도록 면밀히 검토하고, 신속히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법안을 마련하겠다”며 “공정거래법에 이를 보다 명확히 규정하는 것만으로도 독과점 폐해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주 위원장은 구조적 조치가 ‘최후의 수단’으로서 예외적 상황에 한정해 발동되도록 설계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다른 조치로는 독과점 폐해 개선이 어렵거나 국민경제에 심각한 피해를 야기하는 중대한 법 위반이 반복되는 경우 등 구체적으로 어떤 위반행위에 대해 어느 수준의 조치를 도입할 것인지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한편 주 위원장은 이번 정책 도입의 단초가 됐던 고질적인 담합 실태 역시 다시금 환기했다. 그는 수십년간 담합이 반복된 설탕·밀가루 시장을 예로 들며 특정 기업을 꼭 집어 지목했다. 주 위원장은 “회사 중요 임원들까지 관여한 사건으로 국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중대하다”며 “이같은 담합을 반복한다면, 상당히 엄중한 조치를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충분히 영업양도라는 구조적 조치를 활용할 사안이 아닌가 싶다”며 “CJ 같은 큰 기업의 사회적 책임도 생각해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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