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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28일 국회 긴급 현안 대정부질문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주적 관련 설전을 벌였습니다. ‘천안함 배후’로 지목된 북한 김영철의 방남에 항의하기 위한 것으로 의원들은 송 장관에게 “주적이 누구냐”고 반복적으로 물었습니다. 이에 송 장관은 “주적이란 개념은 별도로 없고 적이란 개념은 있다”면서 “주적·종적 논란이 많기 때문에 제가 여기서 단언적으로 말씀드리는 것은 어렵다”고 답했습니다.
◇‘주적’(主敵), 오랜 논쟁 거치며 정치적 용어로 변질
실제로 국방부는 주적이란 용어를 이미 폐기해 사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에 발간된 2016 국방백서를 보면, 국방목표에는 주적이라는 단어가 없습니다. 대신 ‘북한정권과 북한 군은 우리의 적’이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도 ‘북한의 상시적인 군사적 위협과…(중략)…우리의 안보에 큰 위협이 된다. 이같은 위협이 지속되는 한 그 수행주체인’이란 단서를 달았습니다. 북한정권과 북한군이 군사적 도발과 위협을 포기하고 평화적인 대화에 나선다면 우리의 적으로 간주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우리 국방백서에 주적이라는 표현이 처음 등장한 것은 이양호 전 국방장관 시절 발간한 1995년 국방백서부터입니다. 당시 남북 특사교환을 위해 1994년 3월 판문점에서 열린 제8차 실무접촉에서 북측 박영수(2003년 사망) 대표의 ‘서울 불바다’ 발언에 따른 것입니다. 이에 국방백서에서는 “북한을 주적으로 상정하면서…”라는 문구를 넣어 주적이란 용어를 썼습니다.
2010년 3월 천안함 피격 사건이 발생하면서 대북 강경론이 비등하며 주적 개념 명문화 여부가 논의됐습니다. 그러나 정치 사회적 논란을 우려해 이후 발간된 ‘2010 국방백서’에서도 ‘주적’이 아닌 ‘적’이란 말을 사용했습니다. 당시 국방백서는 ‘북한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라고 표현했으며 이 문구는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습니다. 주적은 말 그대로 우리가 싸워야 하는 ‘주된 적’을 뜻하는 것이지만, 오랜 논쟁을 거친 정치적 용어가 됐습니다.
◇‘주적’은 軍 용어…대화 국면서도 대비태세
주적은 철저히 군사적 용어입니다. 군의 본질은 우선 적을 식별하는 것입니다. 누가 우리의 적인지를 가려내고 그 위협 순위에 따라서 적의 순위를 결정합니다.이에 가장 순위가 높은 적에 대해서 부터 대비 계획을 만듭니다.
따라서 현재 우리의 주적이 누구인가 하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재원과 역량을 우선 투입해야 하고 또한 가장 많이 투입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중국이나 일본에 대한 대비가 충분치 못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북한이 가장 위협우선 순위가 높은 ‘주적’이고 그래서 이에 대한 작전계획에 거의 모든 역량을 투입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주적의 개념이고 주적이 군사적으로는 반드시 필요한 이유입니다. 정치적으로 이를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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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남북은 전쟁이 종결되지 않은 휴전 상태입니다. 전쟁 중에도 대화와 협상은 하는 법입니다. 이번 대북 특사 파견이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을 해소하고 북한을 국제사회와의 대화 테이블로 이끌어내는데 의미있는 역할을 할지 주목됩니다.